김정은에 공넘긴 성 김 “조건없는 대화 요구. 北 호응 기대”

입력 2021-06-21 17:03
북핵문제를 담당하는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의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일본의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1일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그러나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계속 이행될 것”이라며 북·미 대화 전 제재 해제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으로 알려진 미국의 새 대북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북·미 대화 재개 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북핵문제를 담당하는 한국의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과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왼쪽), 일본의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앞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도 대미 정책과 관련해 ‘대화’와 ‘대결’을 동시에 강조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미국 역시 어느 쪽이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할 ‘깜짝’ 제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러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한·미 정상 간의 협의를 적극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백신파트너십’을 구축한 만큼 향후 우리가 생산한 미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북한에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도 “의미 있는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던 ‘적대시 정책 철회’와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나오지 않으면서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현재로선 많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김 대표와 정박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를 만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대표는 22일 통일부를 방문해 이인영 장관을 예방한다. 또 최영준 차관을 만나 한·미 간 대북정책 고위급 양자 협의를 갖는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