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직 여기자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의 성폭행과 구단 내부의 저급한 남성 중심적 문화에 대해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뉴욕타임스 기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지역 일간지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에서 야구 분야를 취재한 전직 기자 캣 오브라이언은 18년 전 자신이 22세이던 때 한 메이저리거가 인터뷰 중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20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오브라이언은 대학 졸업 1년 뒤 이 매체에서 외국에서 온 용병 선수들의 미국 정착기를 취재하던 중 이 사건이 발생했으며, 호텔 방에 앉아 질의응답을 하던 중 선수가 갑자기 입을 맞추더니 거부 의사를 완력으로 짓누르고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오브라이언은 최근까지 아무에게도 해당 사건을 말하지 않았으나 재로드 포터 뉴욕 메츠 단장의 해고 소식을 들은 뒤 마음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포터 단장은 시카고 컵스에서 스카우트 디렉터로 일하던 2016년 외국인 여기자에게 외설적인 사진을 보내는 등 성추행을 한 사실이 적발돼 올해 1월 해고당했다.
오브라이언은 “내가 11년 동안 체육기자는 아니었지만, 성폭력과 관련한 다른 여성들의 얘기를 읽으면 내 사건의 충격이 다시 온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폭행 사건 뒤 가해 선수의 팀 동료에게서 2차 가해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올스타전에 출전한 스타 선수 한 명이 째려보면서 오브라이언과 가해 선수의 이름을 언급했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가해 선수가 자신을 매력남으로, 나는 일은 안 하고 야구 선수나 유혹하고 다니는 종류의 여자로 만들며 다른 사람들에게 사건을 얘기한 게 확실하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오브라이언은 성폭행 사건 근저에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권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저질문화’도 고발했다.
선수들이 팬티 윤곽이 없다며 노팬티나 끈팬티가 아니냐고 희롱하거나 성관계에 대해서도 물었다고 주장했다. 감독이 사무실에 섹스돌을 갖다 놓아 선수들이 성행위를 흉내 내거나 기자들이 드나드는 클럽하우스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포르노를 단체 관람하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오브라이언은 기고문에서 성폭행 가해 선수와 2차 가해 선수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전직 프로선수라도 상당한 권력을 휘두른다”며 “미투 운동 여파 속에서 오히려 내 평판만 더럽힐 가능성이 있어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끔찍한 행위에 대해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심판을 요구하는 것보다 조직적 변화를 불러오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며 “더 많은 여성들이 부적절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편하게 목소리를 높이기를 희망한다”고 역설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