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인 전기차에 자동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무선 충전 도로’ 상용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무선 충전 기술 특허 출원이 쏟아지고 있는 데다 다음 달부터는 무선 충전 버스가 국내에서 첫 시동을 건다.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의 용량과 무게, 비용 등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무선 충전 도로가 떠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22일 특허청에 따르면 전기차 주행 중 무선 충전 특허 출원이 지난 10년간 총 299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0년 10건에 불과했던 출원 건수는 2018년 들어 4배 이상 증가했다. 기술별로는 도로와 전기차의 코일 위치를 일치시키는 송수신 패드 기술이 169건(56.6%)으로 가장 많았다. 과금 시스템 60건(20%), 전기 자기장 방출 가이드 기술 36건(12%), 코일 사이 금속 이물질 감지 기술 34건(11.4%) 등의 순이었다. 특히 현대자동차(46건), LG전자(7건), 한국과학기술원(12건) 등 대기업과 연구소가 58%(178건)로 출원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선 충전 도로는 이미 국내 가동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올레브(OLEV·On-line Electric Vehicle)’ 버스가 다음 달부터 대전 유성구 대덕 특구 주행을 시작한다. 올레브 버스는 200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한 무선 충전 전기차로 전기선이 매설된 도로 위에서 전기가 자동 충전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 버스는 1분 충전으로 약 3㎞를 이동할 수 있다.
무선 충전 도로의 장점은 전기차에 큰 배터리를 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생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주행거리 개선은 물론 배터리가 차지하던 공간을 실내 자율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무선 충전 도로 도입이 활발하다. 중국은 2018년부터 무선 충전 고속 도로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산둥성은 산업 중심지인 지난시의 남부 순환도로 2㎞ 직선 구간을 태양광 패널로 교체해 개통했다. 태양광 패널을 투명 콘크리트로 감싸서 파손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태양광이 도로 아래 태양전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건설했다. 전기선과 각종 센서로 달리는 전기차를 충전하는 구조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일렉트로드’도 자체 개발한 무선 충전 시스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상용화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도로 아래에 장착된 구리 코일을 사용하여 전기차 배터리를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게 한다. 최근 스웨덴 고틀란드에 있는 1.65㎞ 공공도로와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700m 도로에도 이 시스템이 구축됐다. 최대 시속 60㎞까지 전기차가 주행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초기 설치 비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산둥성 태양광 패널 도로의 경우 1㎡당 약 650만 달러(73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산업이 날개를 펴기 위해서는 배터리는 물론 충전 인프라 사업도 모두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한다”며 “인프라 건설 비용 절감이 현실화하면 향후 무인 충전 도로는 드론 등 다양한 모빌리티에도 적용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