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친환경스러운 것과 친환경을 실천하는 것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품 생산부터 사후처리까지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ESG 성공스토리를 만들겠습니다.”
약 15년 전부터 친환경 사업을 이어온 안진경 바스틀리코리아 대표는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ESG 경영의 이행 방식 차별화를 강조했다. 대부분 ESG 선언 기업은 조직을 정비하고 비즈니스 전략부터 재편하지만, 안 대표는 친환경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이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그는 “ESG 경영 첫걸음은 친환경스러운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는 것보다 환경보호 실천이 먼저”라며 “환경보호 실천에서 진정한 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바스틀리는 2015년 미국에서 탄생한 친환경 브랜드로 2017년부터 한국을 비롯한 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 시장을 노크했다. 안 대표는 “바스틀리 한국 사업 판권은 100% 바스틀리코리아가 갖고 있다”며 “올해에는 ‘게런티드 바이 바스틀리’(Guaranteed by Vastly)라는 세컨드 브랜드를 독자적으로 론칭했다”고 밝혔다.
바스틀리의 대표 제품은 휴지·일회용 용기·A4 용지 등이다. 목재 펄프가 아닌 밀 수확 이후 발생하는 지푸라기를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 한 그루의 나무도 베지 않으며 제품을 하얗게 만들려고 표백제나 염색제, 향도 사용하지 않는다. 일회용 용기에는 플라스틱 계열 성분인 PE 코팅을 하지 않아 FOOD GRADE(음용안전) 제품으로도 인정받았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밀 생산량은 7억3404만t이다. 중국(1억3144만t)과 인도(9970만t)는 최대 생산국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에서는 밀 수확 후 남은 지푸라기를 그냥 태워버린다. 안 대표는 “인도에서 매년 분진·연기를 마시고 폐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3000명에 달한다”며 “밀짚 재사용으로 환경과 생명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짚 재사용’은 국내 현안과도 직결된다. 수도권 등 곳곳에서는 쓰레기 매립을 떠넘기는 님비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바스틀리 제품은 땅에 묻힌 뒤 45일 이내에 퇴비로 전환돼 식물에 영양분까지 공급한다. 벌목을 하지 않아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도 효과적이다. 안 대표는 “눈에 보이는 친환경 실천이 ESG 경영의 핵심”이라며 “똑똑한 소비는 연령대와 상관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