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상 최초로 성전환(트랜스젠더) 선수가 2020 도쿄 올림픽 역도 경기에 출전한다.
뉴질랜드 올림픽위원회는 21일 성전환 역도선수인 로렐 허버드(43)를 포함한 5명의 뉴질랜드 도쿄 올림픽 역도 국가대표팀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허버드는 여성부 87kg급에 출전할 예정이다. 43살인 허버드는 대회 최고령 역도선수이기도 하다.
허버드는 2013년 성전환을 하기 전까지 남자부 역도 경기에 출전해왔다. 남자 역도 선수 활동을 하다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든 그는 20대 때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 35세에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이후 여자 역도 선수로 복귀했다. 남자 선수일 때 총 중량 300㎏까지 들어 올렸던 그는 여자 선수로는 270~280㎏을 들어 올리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004년 5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처음 허용했다. 이후 2015년에는 ‘성전환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없애고 호르몬 수치를 새로운 조건으로 추가했다. 성전환 선수가 여성부 대회에 출전하려면 첫 대회 직전 최소 12개월간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혈중농도가 10nmol/ℓ(혈액 1ℓ당 10나노몰. 나노는 10억분의 1) 이하여야 한다는 지침이다.
허버드 역시 IOC가 제시한 호르몬 기준 수치 이하를 기록해 도쿄 올림픽에서 여성 선수로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일각에선 그의 출전을 두고 “불공정하다”는 반발도 있다. 벨기에의 여자 역도 선수 안나 반 벨링헨은 “내가 말하려는 것이 이 선수의 정체성에 대한 거부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며 “남성의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부터 35세까지 20년 넘게 남성의 호르몬 체계를 가졌던 사람이 여성들과 경쟁하면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뉴질랜드는 허버드의 출전을 강하게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뉴질랜드 역도 대표팀의 코치는 “남자가 여자가 되면 이길 수 있다고 하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허버드는 모든 것을 걸고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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