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종언’ 홍콩보안법 1년…쑥대밭된 ‘아시아의 진주’

입력 2021-06-21 14:51
지난해 6월 홍콩 주권반환일을 앞두고, 홍콩 타마 파크 위에 중국 국기가 펼쳐져 있다. 신화뉴시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1년 만에 홍콩 범민주진영이 궤멸에 가까운 상황에 몰렸다. 언론부터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반중’ 성향이면 모두 사라질 위기다.

빈과일보 폐간 위기 “곧 문 닫을 듯”
지난 17일 라이언 로 빈과일보 편집국장이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끌려나오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반중 성향 매체로 명성을 얻은 빈과일보는 곧 폐간될 것으로 보인다.

BBC 등 현지 언론은 21일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의 변호사인 마크 사이먼이 “빈과일보는 수일 내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이먼은 가디언에 “정부에서 (자산 동결로) 직원에 급여를 지급하거나 거래처를 통해 자금을 받을 수 없게 만들었다”며 “돈이 없다면 뉴스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빈과일보는 지난 17일 홍콩보안법 담당 부서인 홍콩경무처 국가안전처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함과 동시에 회사 자산 1800만 홍콩달러(약 26억원) 상당의 자산이 동결 당한 상태다.

또 라이언 로 편집국장을 비롯해 여러 관계자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빈과일보의 지미 라이 사주는 이미 2019년 불법집회 참여 혐의로 징역 20개월을 선고받았으며,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32석→5석 존폐기로 선 제2야당
지난해 7월 민주파 인사들에 대한 입법회 선거 출마 자격 박탈에 반발하는 공민당 의원들. AP뉴시스

홍콩보안법이 시작된 이후, 충성서약 의무화 대상 확대로 제2야당은 사실상 존폐 위기에 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제2야당인 공민당은 탈당 행렬이 이어지면서 지난 20일 기준으로 소속 구의원이 32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들의 탈당은 홍콩보안법에 의해 체포·기소될 경우, 당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행해졌다는 것이 홍콩 정가의 분석이다.

아울러 다음 달 홍콩 정부가 구의원을 대상으로 충성서약을 받으면 범민주진영 구의회 의원 150~170명의 자격이 박탈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는 민주파가 간선제 의석을 제외하고 389석을 얻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당시 친중파는 59석에 그쳤다.

만약 홍콩 정부가 충성서약을 기반으로 민주파 의원 다수를 낙마시킨다면 입법회에 이어 구의회까지 다시 친중파 우위 구도로 재편할 수 있는 셈이다.

홍콩 정부는 의원의 과거 행적도 충성서약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면서 벼르고 있다. 충성서약을 위반하면 자격 박탈과 동시에 5년간 공직에도 출마할 수 없다. 또 봉급 등 받았던 공적 자금까지 모두 토해내야 한다.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나는 셈이다.

관계자 구속에 집회 열 동력도 잃은 시민단체
지난 5월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으로 끌려가고 있는 피고 찬 민간인권전선 대표. AP뉴시스

홍콩보안법은 언론과 정치권에 이어 시민단체도 옥죄고 있다.

청청파이 민권인권전선 대표 대행은 20일 매년 7월 1일 개최해온 주권반환일 집회를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SCMP가 이날 전했다.

그는 “대표는 교도소에 있고, 사무국에도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며 “또 경찰이 우리를 무허가 대표로 규정하고 있는데, 집회를 허가해줄 것 같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피고 찬 민간인권전선 대표는 2019년 불법집회 참여 혐의로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았다.

청 대표대행은 오는 9월 민간인권전선 해체에 대해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또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가 30년 동안 빅토리아파크에서 주최해온 톈안먼 민주화 시위 촛불집회도 최근 불허됐다.

지련회의 주석과 부주석 1명 역시 2019년 불법집회 참여 혐의로 수감 중이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