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 사망, 軍경찰단장이 은폐 지시” 군인권센터 폭로

입력 2021-06-21 14:42 수정 2021-06-21 15:29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모 중사가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조직적 회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이 ‘단순 사망’으로 은폐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사망 다음 날인 지난달 23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은 국방부 조사본부에 올릴 보고서에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기재했지만, 군사경찰단장 이모 대령이 이를 막았다”고 발표했다. 복수의 제보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군사경찰단장이 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자에게 4차례에 걸쳐 ‘보고서에서 사망자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군사경찰단장은 공군 군사경찰을 총괄하는 병과장이다.

센터는 “군사경찰단장이 직접 국방부에 허위 보고할 것을 지시한 것인데, 수사 지휘 라인이 작심하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은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공군본부 내에서 적당히 처리하고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 수사계장이 지난 3월 2일 성추행 발생 뒤 피해자 조사만 거쳐 6일 만에 ‘불구속 의견’이 기재된 인지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도 센터는 지적했다. 센터는 “불구속 판단은 피·가해자를 모두 만나본 뒤 내리는 게 합리적인데 본격적 수사가 이뤄지기 전 가이드라인을 짜놓고 수사를 한 셈”이라며 “모종의 외압 없이 일선 부대 수사계장이 이런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사 개입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감사를 즉시 수사로 전환하고, 군사경찰단장을 군형법 38조에 따른 허위보고죄로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센터는 “군에게만 수사를 맡겨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사심의위원회로만 한정시켜서는 안 되고, 민간과 함께 공동조사단을 꾸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군인권센터 기자회견 내용 관련 질의에 “국방부 조사본부가 공군 군사경찰단에 대한 압수수색은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사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