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몰려 옥살이, 끝내 사망…50년 고통 유족에 13억 배상

입력 2021-06-21 14:17 수정 2021-06-21 15:01
국민일보 DB

1970년대에 간첩 활동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에 대해 국가가 수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판사 한정석)는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받고 복역하던 중 사망한 A씨 유족과 집행유예로 석방됐던 B씨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1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A씨와 B씨는 1970년 12월 간첩 사건에 연루돼 중앙정보부에 구속된 뒤 1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B씨는 항소심서 형이 일부 감경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A씨는 대법원에서 1심 형량이 확정됐다. 그는 형기를 채우던 중 출소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인 1977년 2월 17일 고문 후유증 등으로 교도소에서 숨졌다.

이후 A씨 유족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5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결국 재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망인에 대해 고문 등 자백 강요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망인과 C씨의 경찰·검찰 자백은 고문 등으로 임의성 없는 심리 상태로 이뤄져 증거능력이 없다”며 50여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B씨 역시 같은 해 8월 동일한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를 토대로 A씨의 유족과 B씨 측은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A씨 유족의 경우 2,268일간의 구금보상금 7억7000여만원을 받게 됐다. B씨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로 석방되기까지의 기간을 고려해 보상금 1억여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앞서 형사보상과 별개로 A씨, B씨 일가가 국가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법원은 “당시 국가의 불법행위로 본인과 그들의 배우자·직계비속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망인의 가족들은 재심 판결이 확정된 2020년 6월까지 50년 가까이 간첩의 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정신적 고통,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B씨의 형제자매들도 사회적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배상 금액은 A씨, B씨 일가족 개개인에게 인정되는 고유한 위자료에 상속분·물가 변동 등을 고려해 총 13억8000여만원으로 결정됐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