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 떠다니는 오염물질, 소화기암도 일으킨다

입력 2021-06-21 10:56 수정 2021-06-21 11:01
국민일보DB

다양한 대기오염 물질이 포함된 에어로졸이 호흡기질환 뿐 아니라 소화기암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에어로졸에 지속 노출된 사람들의 구강암 발생 위험은 3.96배, 식도암 위험은 3.47배 높았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 다니는 고체나 액체 형태의 작은 입자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완형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해 ‘외부 물질로 인한 폐질환’ 치료 차 병원에 입원한 남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는 모두 일반 남성 노동자로 구성됐으며 유해물질 에어로졸에 노출된 A그룹(9만8666인년)과 노출되지 않은 B그룹(7995만9286인년)을 비교분석하는방식으로 이뤄졌다.
인년은 대상자의 관찰기간이 모두 다를 때 사용하는 개념으로, 통상 1인 1년간의 관찰을 1인년의 단위로 한다.

A그룹 대상자들의 일반적 특징으로 고체 및 액체 물질로 인한 폐렴 환자가 전체 27.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또 화학물질과 기체, 훈증기 등에 의한 호흡기 질환자는 23.1%, 상세불명의 진폐증 환자는 12.6%에 달했다. A그룹 중 흡연자 비율도 B그룹에 비해 높았다.

연구 결과 모든 소화기암은 유해물질 에어로졸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화기암 유병률은 A그룹이 B그룹 보다 약 30%(오즈비 1.30, 1.19~1.38) 높았다. 암 종별로는 구강암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강암 유병률은 A그룹이 B그룹에 비해 3.96배(오즈비 3.96, 3.02-4.78), 식도암은 3.47배(오즈비 3.47, 2.60-4.25), 위암은 1.34배(오즈비 1.34, 1.17-1.47) 높았다.

에어로졸이 소화기암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는 코 및 입을 통해 호흡 시 에어로졸 흡입, 식도 주변의 괄약근 긴장도 감소, 음식·피부·옷 등이 에어로졸에 의해 오염됨, 호흡기관과 소화기관의 연결성 등으로 추정됐다.

이완형 교수는 “아직 외부 에어로졸 발암 물질이 소화기암에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며 “대기오염이 호흡기뿐 아니라 소화기에도 치명적일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에어로졸과 소화기암의 인관관계를 밝혔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