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위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워밍업이 길어지는 사이 다른 야권 잠룡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대선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야권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일 대구에서 지지 모임을 발족하면서 대권 레이스 채비에 나섰다. 같은 날 공개 봉사활동에 나선 김동연 전 부총리는 정치권 등판 가능성을 키웠다.
최 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선 출마와 관련해) 조만간 생각을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발언하며 몸값을 높였다. 최 원장 발언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최 원장 지인인 강명훈 변호사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국정 전반을 살펴보는 감사원장으로 있으면서 대한민국을 이런 시스템, 이런 철학으로 돌아가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선 출마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껴오던 최 원장이 여지를 둔 답변을 내놓자 국민의힘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입당에 유보적 입장을 이어오는 윤 전 총장의 대안카드로 최 원장에 주목해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구에서 열린 20∼40대 청년 지지모임 ‘희망22 동행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했다. 그는 “정치를 22년째 하면서 대통령 자리나 대통령 권력에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서도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문제 해결에 열정과 집착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는 유 전 의원이 국회의원을 4번 지낸 정치적 근거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애증이 교차하는 지역이다. 유 전 의원이 지지모임 발족을 대구부터 시작한 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향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참석해 유 전 의원과 대담을 나눴다. 유 전 의원은 다음 달 코로나19 이후 경제·사회 변화 방향성 등을 담은 저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또다른 야권 대선 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노숙인 대상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즉답을 피했지만 일축하지 않으면서 야권에 합류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김 전 부총리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과 더 가깝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그건 그 분의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 전 부총리가 결국 야권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