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끝” “비민주적”…격화된 민주당 경선연기 갈등

입력 2021-06-20 17:35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경선 연기론이 촉발시킨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은 의원들 간 “탐욕적 이기심의 끝” “비민주적 자세” 같은 원색적인 비방까지 난무하는 전면전으로 번졌다. 당내에서는 예비경선 전에 불거진 이번 분열이 향후 야권 후보와의 본대결에서 적지 않은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대권주자들의 캠프는 20일에도 당헌 제88조 해석을 놓고 수위 높은 공방을 이어갔다. 경선 연기에 반대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당헌에 떡하니 대통령 후보자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해야 한다고 쓰여있지 않나. 그걸 이 핑계 저 핑계로 건드릴 거면 당헌이 애초에 왜 있는가”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세균·이낙연 캠프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경선 연기를 주장했다. 정세균 캠프의 대변인인 조승래 의원은 “당헌 88조에는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 의결로 (경선 시기를)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경선 연기가 당헌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이낙연 캠프 대변인인 오영훈 의원도 “당 지도부가 경선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게 오히려 당헌을 정면으로 무시한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낙연 전 대표. 연합뉴스

각 캠프는 경선 연기를 안건으로 한 의원총회 개최 여부를 놓고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이 지사 측 민형배 의원은 “경선에 관한 내용은 당헌 27조에 따라 최고위원회의 몫”이라며 “의총 개최가 당을 갈등으로 몰아넣을 게 뻔한 만큼 당 지도부가 멈춰 세우라”고 압박했다.

반면 정세균 전 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일단 의총을 열어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 측은 “의원들 요구가 있으면 열리기로 돼 있는 것이 의총”이라며 “정당이 의총에서 논의 못 할 게 뭐가 있느냐”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갈등이 처음부터 거칠었던 것은 아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대선 승리를 위해서 경선 연기를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수준의 논쟁을 펼쳤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측이 표면적으로 “경선 흥행과 당 지지율 회복을 위해 9월 예정된 경선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면 이 지사 측에서 “그런 효과가 있을지 불분명할뿐더러 당헌을 어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맞섰다.

정세균 전 총리. 연합뉴스

하지만 경선 연기 찬성진영의 압박이 거세지자 이 지사가 먼저 폭발했다. 그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찬성론자를 향해 “약장수”라며 “이젠 그런 식으로 약을 팔 수 없다”고 작심 발언했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인 윤영찬 의원이 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약을 팔아보겠다”며 “건강한 토론조차 봉쇄하겠다는 폐쇄적 인식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즉각 반박했다. 두 진영의 말다툼이 감정싸움으로까지 격화한 것이다.

여기에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측이 지난 17일 경선 연기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두 진영의 갈등은 극한까지 치달았다. 이낙연·정세균계 의원과 일부 친문 의원 등 66명이 경선 일정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자 이 지사 측 정성호 의원은 “대선에 실패해도 나만 살면 된다는 탐욕적 이기심의 끝이 어딘지 걱정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교통정리에 나서야 할 당 지도부 역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원칙론을 주장했지만,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전혜숙 최고위원은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상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