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해고에도 신고조차 못해… 5인 미만 직장 갑질

입력 2021-06-20 16:01

부부가 운영하는 4인 회사에서 일하던 김모씨는 3년 동안 사장 부인의 욕설에 시달려왔다. 부인은 공개 장소에서 욕을 하거나 고성을 질렀다. 어깨를 밀친 적도 있었다. 김씨는 고심 끝에 욕설을 녹음해 항의했지만 돌아온 건 일방적 해고 통보였다. ‘자발적 퇴사’로 처리돼 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김씨가 하소연할 곳은 없었다. 근로기준법은 물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박모씨는 A업체에 다니지만 같은 층에 있는 B업체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다. 두 회사의 대표는 동일인이다. A업체 대표는 직원 일부를 B업체로 이직시키며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었다. 그러다 최근 대표는 “A업체를 폐업하겠다”며 박씨에게 일방적 해고를 통보했다. B업체로의 고용승계는 없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1~5월 접수된 1014건 중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갑질 신고가 44건(4.3%)이었다고 20일 밝혔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다니는 직원들의 갑질 신고는 주로 직장 내 괴롭힘·해고·임금체불 등이었다. 고용노동청에 신고해도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행정 종결’이나 ‘취하’로 결론 난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5인 미만 사업장의 갑질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3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괴롭힘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5인 미만 사업장(175명)에 다니는 응답자 36%는 ‘그렇다’고 답했다. 전체 평균(32.5%)보다 높았다. 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인 미만 사업장에 다니는 이들은 43.4%로 전체 평균(31.9%)보다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 제한이나 주 근로시간·연장근로시간 상한도 적용받지 않고 심지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도 제외된다”며 “노동법 전면 적용이 어렵다면 직장 내 괴롭힘, 해고, 중대재해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