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인생 망칠까봐” 조현병 딸 살해한 78세 아버지

입력 2021-06-20 15:31

정신질환을 앓던 40대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70대 아버지가 “딸의 증세가 악화해 어린 손주의 앞날이 걱정됐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20일 대구지검 포항지청과 경북 포항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78)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20일 자택에서 미리 준비한 노끈으로 딸을 살해했다. 이후 부인과 함께 딸의 시신을 마대에 남았다.

노부부는 딸의 사체를 집 근처 야산에 묻을 계획이었으나, 시신을 옮기는 게 수월치 않자 장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은 장의사에게 “자고 일어나니 딸이 죽었다”며 매장을 부탁했다. 하지만 장의사는 “집에서 병으로 죽어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절차를 알려준 뒤 돌아갔다.

A씨는 다음날 오전 8시쯤 112에 전화를 걸어 “자고 일어나니 딸이 죽어있었다”고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사체의 목 졸린 흔적을 발견해 A씨를 추궁했고 자백을 받아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딸의 증세가 점점 악화됐고 딸이 낳은 손주의 앞날이 걱정돼 살해했다”며 “나이가 많은 나와 아내가 먼저 죽으면 딸이 손주 인생을 망치게 할 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A씨의 딸은 2013년 조현병을 진단을 받았고, 약 5년 전 자신의 자녀와 함께 친정에 들어와 부모와 함께 산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