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미얀마인 4명이 국내에서 난민 신청서를 제출한 후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1 미얀마 민주화 운동’ 참여를 이유로 국내에서 난민 심사가 진행 중인 사례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국내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원 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20~30대 미얀마인 여성 4명이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와 우리 정부에 난민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한국을 경유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들어가는 항공권을 끊고 국내에 입국했다. 당초 인천국제공항에서 9시간 대기한 후 두바이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며 난민 신청을 했다. 현재는 출입국외국인보호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계획하고 입국했는지, 경유 단계에서 결정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단체들에 따르면 2021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 관련 난민 신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얀마 민주화 관련 국내 단체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미얀마인 여성 4명의 난민신청서를 접수했고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4명 중 3명은 미얀마 몬주 출신, 1명은 최대 도시인 양곤 출신”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는 내용이 담긴 다량의 증거 자료들을 난민신청서와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은 군부가 민주화 진영을 억압하기 위해 만든 지명수배 명단인 ‘블랙리스트’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법무부 난민정책과는 “난민 신청자의 인적사항 공개를 금지하고 있는 난민법 제17조에 따라 난민 관련 정보는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난민인권단체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 심사 과정에서 이들이 실제 미얀마 군부의 타깃이 되었는지 여부를 증명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군부가 반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하고 박해하는 상황에서는 (블랙리스트 인물이 아니더라도) 일반 시민들도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일률적으로 ‘인도적 특별체류’ 지위를 부여하는 선에 그칠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군부 쿠데타로 유혈사태가 발생한 미얀마 현지 정세를 고려해 지난 3월 15일부터 국내 체류 중인 미얀마인 2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 중이다. 미얀마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만 체류 자격을 부여한 것으로 영구 체류가 가능한 난민 지위와는 다르다.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와 재한 미얀마인들은 이날 미얀마 군부 인사들이 파견 나온 서울 성동구 미얀마 무관부 근처에서 20주째 규탄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한국정부와 국회는 ‘미얀마 국민통합정부’를 정통 정부로 인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얀마 민주 진영은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자 지난 4월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 주도로 소수민족 인사들까지 참여하는 민주공화제 임시정부를 창설했다.
이형민 전성필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