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리얼돌 체험방’에 경찰도 난감…청소년법 등 우회 단속

입력 2021-06-18 20:25
국민일보DB

사람의 신체를 본따 만든 성인용품 리얼돌 체험방이 전국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를 관리하고 단속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경찰도 애를 먹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지난 16일 리얼돌 체험방에 대한 일제단속에 나서 업주 A씨(37)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위락시설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오피스텔에서 청소년 유해시설 표시 없이 리얼돌 체험방을 운영하며 음란물 시청용 가상현실(VR) 기기를 제공한 혐의(청소년보호법·건축법 위반)를 받는다.

A씨는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수는 있지만, 성인용품으로 개인의 욕구를 풀게 하는 곳”이라며 “무조건 유해시설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지난 2019년 대법원의 ‘리얼돌 수입금지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 이후 리얼돌 수입과 판매 행위 모두 허용된 상태다.

이에 현재 리얼돌 체험방 운영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또 리얼돌을 이용해 영업하는 체험방 역시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있어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거나 별도 신고할 필요가 없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인 학교 주변 200m 이내가 아니라면 어디서든 영업이 가능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풍속사범을 단속하는 경찰 또한 관리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영리 목적으로 리얼돌을 대여해 음란행위를 하게 하는 방식은 실제 사람이 있는 윤락업소 등과 다를 바 없지만 윤락업소와 달리 성매매처벌법 등을 적용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경찰은 ‘우회 단속’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경찰관은 “오피스텔이 아닌 유흥업소 밀집지역 등에서 위락시설 용도로 청소년 출입제한 표시를 하면 단속이 불가능하다”며 “시민 눈총이 따갑더라도 리얼돌 자체가 음란물이 아니기 때문에 소극적인 단속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단속으로 충북경찰청이 파악한 도내 리얼돌 체험방은 3곳에 이른다. 리얼돌 체험방은 주택가 등에서 간판이나 홍보물 등을 내걸지 않은 채 알음알음 찾아오는 이용자를 상대로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리얼돌 체험방을 유해시설로 등록·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진희 청주 참교육학부모회 대표는 “리얼돌 체험방을 교육시설에서 멀리 떨어뜨리려고 하는 것 자체가 유해성에 대한 반증”이라며 “여성의 외모와 신체를 모방했기 때문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에게 잘못된 성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훈 충북경찰청 풍속수사팀장은 “리얼돌 체험방, 성인용품점과 같은 신종 업종을 제도권 안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며 “영업허가를 받아야 하는 업종으로 바꾸면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충북경찰청은 다음 달 31일까지 리얼돌 체험방 관련 불법행위 단속을 이어갈 방침이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