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제주 2공항, 표 겨냥 정치권 셈법에 쟁점화 계속될 것”

입력 2021-06-18 18:10 수정 2021-06-18 22:35
제주국제공항 관제탑에서 바라본 공항 활주로와 계류장. 뉴시스

지난 6년 간 제주 사회에 첨예한 갈등을 낳은 제2공항 건설 문제가 내달 중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며 일단락 지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끌어 모으려는 여야의 복잡한 셈법으로 인해 제2공항은 지역 핵심 이슈로 계속 정치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 제2공항 갈등은 2015년 11월 국토교통부가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일대에 새 공항을 추가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2013년 국토부가 진행한 항공 수요조사에서 2018년 이후 제주공항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국토부는 총 예산 5조, 545만㎡ 규모의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수립했다. 실제 2005년 500만이던 제주 관광객은 2016년 1500만명을 돌파했고, 같은 기간 56만이던 제주인구도 64만으로 크게 늘면서 공항 이용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토부 발표 후 제주는 찬성과 반대 두 갈래로 쪼개졌다. 공항이 들어서는 성산읍 내에서도 활주로가 들어서는 3개 마을은 반대 대책위를 꾸려 대응에 나섰고 기본계획안에 제2공항 부지에 직접 수용되지 않은 나머지 마을들은 찬성으로 기울었다.

반대 대책위는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가 날림으로 이뤄졌다며 절차적 결함과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함께 제기했다. 당시 제주는 예상치 못한 관광객 급증과 제주 이주 열풍으로 하수도, 쓰레기, 교통난 등 환경 수용력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이었다. 제주도정의 양적 성장에 대한 회의론도 부상했다. 다른 한편에선 제주가 발전하려면 사람이 많이 드나들어야 한다며 제2공항 추진을 강력 지지했다.

이후 지난 6년 간 주민 및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제주지역 사회에선 제2공항 찬반 대립이 격화해왔다.

갈등이 깊어지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대승적 결단을 위한 도민 여론조사에 합의했다. 국토부도 도민의 뜻을 최대한 반영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설 연휴 직후 진행된 조사에선 반대가 7.7%p (반대 51.1, 찬성 43.%) 높게 나왔다.

하지만 원희룡 제주지사는 도민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기존 지지’ 입장을 고수했고, 국토부는 지난 3월 이후 제2공항 추진 여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국토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 결과가 7월 중 마무리돼 이르면 내달 중 정부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제주시갑) 의원도 최근 제2공항 반대 단체 대표자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당정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7월 매듭설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이르면 내달 정부가 최종 입장을 내놓더라도 제2공항 건설은 제3의 부지 물색, 필요성 논란 등 여러 타이틀을 달고 계속 정치 쟁점화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끌어모으려는 정치권의 셈법 때문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오영훈(제주시을) 의원은 제2공항 건설지로 제3의 부지(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대한항공이 소유 민간 비행장)를 대안으로 언급했다. 오 의원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면서도 국토부가 결정한 기존 부지 외 다른 대안을 제시해 새로운 논란의 불을 지폈다.

오영훈 의원 발언 직후 제주제2공항추진연합은 18일 더불어민주당 도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민사회를 분열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행위”라며 오 의원의 발언을 규탄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들은 “의원 개인과 당, 정부 모두 선거에서 자신의 유불리가 있기 때문에 소신보단 표심을 겨냥해 정치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며 “제주 2공항 문제는 내년 선거 때까지 갈등이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