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된채 정서적학대 당한 피해자…두려움에 저항못해”

입력 2021-06-18 16:59
연남동 오피스텔 사망 사건 피의자.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 감금돼 숨진 피해자가 가해자들로부터 신체적 폭행뿐만 아니라 정서적 학대까지 받은 정황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구속된 피의자 안모(21)·김모(21)씨를 추가 조사하면서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정확한 범행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안씨 등은 피해자 A씨(21)가 자신들을 상해 혐의로 고소한 데 앙심을 품고 지난 3월31일쯤 A씨가 사는 대구 집 앞까지 찾아가 A씨를 밖으로 불러낸 뒤 그를 데리고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서울로 데려왔다.

당시 A씨는 순순히 따라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 등이 A씨를 강제로 데려온 정황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과거 안씨 등과 함께 지낼 때 신체적 폭행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까지 당해 이들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상태에서 저항 없이 따라나섰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피의자들은 지난해 6월 초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원룸에서 함께 살았고, A씨는 그해 7월부터 원룸을 드나들었다. 당시 A씨는 서울에 왔으나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 고교 동창인 김씨에게 연락해 두 사람의 집을 방문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같은 해 11월 4일 서울 양재파출소에서 아버지에게 인계돼 대구로 돌아가기 전까지 두 사람과 함께 지냈다. 파출소에 임의동행됐을 당시 A씨 몸에는 폭행 흔적이 있었으며, 대구에 온 뒤로는 전치 6주 상당의 갈비뼈 골절을 치료하기 위해 상당 기간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 아버지는 11월 8일 두 사람을 대구 달성서에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이들이 처음 만난 지난해 7월부터 A씨가 사망한 지난 13일까지 상황을 재구성해 폭행과 학대가 언제 시작됐는지, 안씨 등이 A씨를 상대로 금품 갈취 등을 계획한 시점이 언제인지 등을 특정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피의자들이 A씨와 함께 지내면서 특정한 계기마다 그를 조롱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도 확인하고 정서적 학대와 관련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A씨가 지난 3월 말 두 사람과 함께 서울에 온 뒤 사망 전까지 자유롭게 활동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강압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일 피의자들과 함께 서울 마포구 연남동 오피스텔로 이사한 뒤로는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13일 끝내 오피스텔에서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안씨와 김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