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버스기사 딸 “송영길 발언 분노…부끄러운줄 알라”

입력 2021-06-18 14:57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 블랙박스 영상 캡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에 대해 버스 운전자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해당 운전기사의 가족이 분개했다.

자신을 버스기사의 딸이라고 밝힌 이모씨는 “송 대표의 발언으로 우리 가족은 또 한 번의 상처를 받았다”며 “송 대표 발언의 의도는 알겠으나 잘못된 표현으로 인해 매우 불쾌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18일 한국경제에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아버지께서는 20년 가까이 성실히 일을 해오셨지만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크나큰 사고로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현재 아버지도) 우울증과 후유증에 시달리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도 많이 힘든 상태인데 송영길 대표의 가벼운 발언을 보는 내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면서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해도 당대표자라는 자리에 계신 만큼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저희 아버지뿐만 아니라 유족과 피해자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삼가 달라”며 “대한민국에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모든 피해자가 쾌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송 대표는 광주 철거건물 앞 버스 정류장 위치를 옮기지 않은 게 아쉽다는 취지로 말하던 중 “운전자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액셀러레이터만 밟았어도 (희생자들이) 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참사 책임을 버스기사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송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악의적인 언론 참사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면서 “버스정류장이 없었다면, 그래서 버스가 바로 그 시간에 정차하고 있지만 않았다면, 혹시 버스가 사고현장을 지나더라도, 이상한 조짐이 보였으면 운전기사는 본능적으로 승객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을 거라는 제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한 기자가 제 말 일부를 잘라내 기사를 송고하며 ‘액셀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라는 대목만 키웠다”고 해명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송 대표 발언과 관련해 논평을 내고 “가슴 아픈 참사의 책임을 애꿎은 피해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며 “즉시 피해자들과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