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언택트 바람에 온라인 보험가입 급증… 미니보험시장 확대 기회?

입력 2021-06-18 13:29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보험 가입이 한층 활발해지면서 온라인 미니보험도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액단기전문보험업 도입으로 제도적 여건까지 갖춰진 상태다. 하지만 보험사로서는 수익 기여도가 낮은 사업인 탓에 적극적 참여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해 국내 생명보험업계 온라인채널 초회보험료가 252억8900만원으로 2019년(168억9000만원) 대비 49.7% 증가했다고 18일 밝혔다.

온라인 보험 출시 본격화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이다. 전년 대비로 종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던 2018년(35.9%)을 크게 웃돈다. 2019년(21.8%)과 비교하면 배를 훌쩍 넘긴 성장세다.

협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온라인 구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온라인 보험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선호도도 함께 높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생보업계는 보험산업 디지털화와 함께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변화를 반영해 온라인 미니보험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저렴한 보험료로 소비자 선호가 높은 질환과 상해 등을 골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협회는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가구는 종신보험 등 전통적 생명보험상품에 대한 유인은 약한 반면 자신이 직접 보장받아야 하는 의료비나 간병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생보사 온라인 미니보험은 이런 수요에 최적화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소비자가 가족력이나 생활습관 등에 따라 특정 보장내역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이른바 ‘DIY보험’을 내놓으며 20‧30대의 보험 진입장벽을 낮추는 모습이다.

주요 암을 보장하거나 소비자가 특정 암 보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상품부터 취미·레저활동 중 입을 수 있는 상해, 스마트폰 사용 관련 질환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 나와 있다.

특정 부위 암 보장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한화생명의 DIY 미니 암보험은 1년 만기 갱신형 상품의 월 최저 보험료가 1000원대다. 보장은 가입 후 90일 뒤부터지만 ‘가입하고 1년 안에 발병하면 50%만 보장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KDB생명이 내놓은 스마트폰 질환 보장보험은 소위 ‘MZ세대’를 겨냥한 상품으로 꼽힌다. 이 보험은 스마트폰 등 영상기기를 오래 사용하면서 겪을 수 있는 눈 피로나 어깨통증 등을 보장한다. 안구건조증, 손목터널증후군, 근막통증증후군, 거북목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관련 상품도 등장했다. 라이나생명은 올해 3월 출시한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 보험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이상반응에 대비한 상품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특정 항원 접촉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과민성 증상을 말한다.

라이나생명은 “백신 접종 본격화로 관련 보장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돼 상품을 출시했다”며 “보험을 통해 고객에게 마음의 안정을 제공하고 공익에도 기여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코로나19 등 특정 감염병으로 사망한 경우를 보장하는 감염병 특화 보험을 내놨다. 월 보험료 500원으로 200만원을 보장한다.

협회는 “소액으로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비가 가능한 상품”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업계와 사회 분위기 회복을 위한 사회공헌 성격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최근 보험업법시행령 개정으로 소액단기전문보험업이 도입되면서 미니보험 시장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종합보험사를 설립하려면 보험상품 특성에 상관없이 최소 300억원의 자본금을 갖춰야 했지만 이제는 20억원만 있으면 소액단기보험을 전문으로 취급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개정안 시행을 예고하면서 “소액단기보험 특성에 맞게 자본금 요건을 완화하고 다양한 보험종목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며 반려동물보험, 레저·여행보험, 날씨보험, 변호사보험 등 다양한 미니보험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먹을거리가 얼마나 되느냐’다. 미니보험은 월 보험료가 몇 천원에서 몇 백원으로 싼 데다 고객을 오래 끌고 가기 어려운 단기 상품이라 딱히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일부 보험사가 코로나19 관련 보험을 출시하며 밝힌 ‘사회공헌’이라는 취지는 이런 현실을 시사한다.

금융위가 지난달 25일부터 소액단기전문보험업에 대한 사전수요를 조사 중이다. 당국은 수요조사서 제출 기업을 대상으로 허가신청 컨설팅과 우선심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수요조사 결과는 미니보험 시장의 ‘업그레이드’ 가능성을 판단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오는 30일까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