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대상자를 상대로 교차 접종을 허용키로 했다. 이달 말까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83만5000회분을 추가로 들여오겠다던 약속이 깨진 때문이다. 안전성·효과성엔 큰 문제 없으리란 관측이 중론이지만 공급난에 등 떠밀려 그간 태도를 뒤집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17일 밝힌 교차 접종 대상은 지난 4월 중순 AZ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방문 돌봄 종사자, 의원 및 약국 종사자, 사회필수인력 등 76만명이다. 이들은 당초 2차 접종도 AZ 제품으로 받을 예정이었다. 그에 맞춰 접종 간격도 12주로 설정됐다.
문제는 물량이었다. AZ사로부터 직접 구매한 백신은 앞서 지난 4일로 상반기 공급이 마무리됐다. 이달 안에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83만5000회분을 더 받아 2차 접종에 쓴다는 게 정부 구상이었으나 7월 이후로 공급이 연기됐다. 국내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한 번 확정된 공급 일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정부 예상을 웃도는 백신 접종 열기가 겹쳤다. 만 60~74세 고령층 사전예약률은 평균 80%를 넘겼다. 1차 접종자 1300만명 이상이라는 수치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이알 개봉 기준을 완화한 것도 백신 부족 사태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준 완화로 잔여 백신이 더 많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1차 접종자가 계획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이에 지난 15일 열린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백신 공급 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한 상황에는 교차 접종을 실시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근거는 해외 연구 사례를 들었다. 스페인 연구에서는 1차에 AZ를 맞고 2차로 화이자를 맞을 시 AZ 1회만 접종했을 때보다 결합항체가 30~40배, 중화항체가 7배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와 스웨덴, 독일 등은 이미 교차 접종을 허용했다.
다만 교차 접종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본인이 원하면 2차도 AZ로 맞겠다고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다음 달 19일 주부터 AZ로 2차 접종을 받게 된다. 2차에 화이자를 맞으려 하나 1차 접종했던 기관이 해당 제품을 취급하지 않으면 기관이 변경돼 개별 통지된다.
교차 접종 자체는 향후 접종 계획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해외 상황에 비춰 볼 때 안전성 우려가 크지 않고, 효능 면에서 AZ 2회 접종보다 오히려 낫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공급 차질 우려가 접종 시작 전부터 제기된 데다 고령층의 ‘초과 예약’에도 충분히 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국립보건연구원 주도로 진행 중인 교차 접종 연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그간 태도를 뒤엎은 셈이 됐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앞서 지난달 19일 “교차 접종은 백신의 일반적인 과학적 특성을 고려하면 검증되지 않은 방법론”이라며 추가 연구 결과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송경모 최예슬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