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 자동차 제조·판매 업체가 일정 비율을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판매하지 못하면 정부에 벌금을 내야 한다. 차량 구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인데 정부가 기업을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를 국가 차원에서 유일하게 도입한 중국을 따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부터 저공해차 보급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기여금을 내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여금의 구체적 수준과 부과방안은 관계부처, 업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작업반에서 논의해 연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는 자동차 제조·판매사에 전체 차량 판매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저공해차로 판매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지난해 기준 보급목표는 15%였다. 100대 중 15대는 저공해차로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기업 중 르노삼성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보급목표는 18%, 내년에는 20%로 오른다.
내년까지는 보급목표 달성 여부가 기업별로 공개되는 수준이지만 2023년부터는 사실상 벌금인 기여금을 내야 한다. 어떤 차를 살 것인지는 소비자가 결정할 문제임에도 기업이 할당량을 못 채우면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올해부터는 무공해차(전기·수소차) 보급목표제가 별도로 신설돼 부담은 2배로 커진다. 이미 완성차 업체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내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면서 저공해차 판매량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한데 오히려 목표치를 못 채우면 돈까지 내야 한다고 하니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가 차원으로 ‘미달성 기업 기여금 부과’ 제도를 도입한 곳은 중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州)에서만 적용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시도한 정책을 우리 정부가 무리하게 따라가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여금은 제도 실효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유연성 제고 방안도 찾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