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나토 정상회담 후 대만해협 위기 고조

입력 2021-06-17 17:27
대만 국방부가 공개한 중국군 Y-8 대잠초계기의 비행 모습. EPA연합뉴스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대만 갈등이 심상치 않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 보란 듯 ‘대만 평화’를 언급한 뒤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군용기 28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투입해 역대 최대 규모의 무력 시위를 벌였던 중국은 대만 동부해안으로까지 훈련 범위를 넓혔다. 대만도 고고도 지대공 미사일 텐궁3를 실전 배치하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대만 공군사령부에 따르면 이틀 전 중국 군용기 28대가 무더기로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을 때 대만은 공군기 기동 대응과 경고 방송으로 이를 격퇴했다. 특히 중국 군용기가 대만 동부 외해에 진입함에 따라 타이둥 즈항 공군기지에 배치된 텐궁3가 비상 감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텐궁3는 대만이 300억대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들여 자체 개발한 미사일로 대만판 사드로 불린다.

중국 군용기가 대만 동부 외해 근처까지 비행한 건 매우 드문 일이다. 동부 해안에는 즈항 기지를 비롯해 화롄의 자산 기지 등 유사시 핵심 역할을 수행할 공군 기지 2곳이 있다. 중국군의 기습 공격에 대비해 대만이 공군 전력을 보호하려고 만든 곳이다.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고강도 무력 시위를 벌이면서 최후의 반격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기지들을 직접 겨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처음으로 대만 동부 해안 지역으로까지 전투 훈련 범위를 확대했다”며 “이는 중국군이 실전 같은 전투 훈련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 안팎에선 중국이 2027년 대만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시나리오가 공공연하게 언급된다. 2027년은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 되는 해다.

앞서 지난 15일 중국군 젠(J)-16 전투기 14대, J-11 전투기 6대, 훙(H)-6 폭격기 4대, 쿵징(KJ)-500 조기경보기 2대, 윈(Y)-8 전자전기 1대, Y-8 대잠초계기 1대 등 28대의 군용기가 무더기로 대만 ADIZ를 침범했다. 군용기들은 대만 남부와 동부를 포위하듯 비행한 뒤 되돌아갔다. 중국의 이러한 대규모 무력 시위는 최근 영국 콘월에서 막을 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된 데 따른 항의 의미로 해석됐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은 자국 영토이며 다른 나라가 대만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내정 간섭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15일 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남중국해에 진입한 데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 당시 미 해군은 일상적 임무 수행이라고 설명했지만 G7 정상회의 등과 맞물려 대중 압박 메시지로 해석됐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주변 동남아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는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뇌관으로 꼽힌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