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국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다. IT에 기반해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가 ‘글로벌 사업 전념’을 이유로 국내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이 일종의 공식처럼 됐다. 김 의장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비슷한 길을 걷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김 의장이 쿠팡㈜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며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과 해외 진출을 계기로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17일 밝혔다. 김 의장은 쿠팡 대표이사 직책에서는 지난해 12월 말 물러났었다.
김 의장은 미 증시 상장법인인 쿠팡 아이엔씨(Inc.)의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쿠팡 아이엔씨는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모기업이다.
최근 일본 진출을 진두지휘한 김 의장은 일본, 싱가포르 등 다양한 지역에 진출해 글로벌 경영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최근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 나카노부 지역에서 쿠팡 앱 서비스 시범 운영에 들어갔고, 일본과 싱가포르에 각각 법인을 설립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의 해외 진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창업자인 김 의장이 직접 글로벌 경영을 챙기기 시작하면 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쿠팡의 새 이사회 의장직은 강한승 대표가 맡는다. 강 신임 의장은 쿠팡의 기존 혁신 서비스를 이어가고 지역 투자와 고용 확대 등을 해 나갈 예정이다.
강 의장은 “쿠팡은 지난 10년 동안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 혁신적인 서비스로 고객 경험을 창출했고, 배송인력 직고용 등으로 택배물류업계 근로환경의 새 기준을 제시해 왔다”며 “더욱 공격적인 투자, 고용 확대, 서비스 혁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규 등기이사에는 전준희 개발총괄 부사장과 유인종 안전관리 부사장이 선임됐다. 전 부사장은 구글, 우버 등 세계적인 IT 기업을 거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로켓배송 개발 총괄을 맡고 있다. 유 부사장은 삼성그룹에서 안전관리 분야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임원에 오른 산업 안전 전문가다. 전 부사장은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유 부사장은 쿠팡케어로 대표되는 근로자 안전 정책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