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 체제의 출범으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과거 막말로 물의를 일으킨 한기호 의원이 국민의힘 새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한 의원이 당의 요직에 앉게 되면서 ‘막말당’ 이미지를 덧씌우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석 대표 측 “한 의원 공정성에 매료”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17일 한기호 사무총장 인선을 확정했다. 사무총장은 당대표를 보좌하면서 당의 조직과 자금을 담당하는 중책이다. 특히 차기 대선 국면에서 후보 경선과 본선 실무를 관장하게 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원리원칙을 우선하는 군인정신이 이준석표 ‘공정경선’ 기조에 적합하다고 봤다”며 공정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샀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사무총장을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과거 거침없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과거 미래통합당 시절 제21대 국회의원 총선 과정에서 막말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文 오물” “강경화와 산 게 훌륭”…與 “일베 수준 글”
육군 중장 출신의 3선 한기호 의원은 2010년 7월 18대 보궐선거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뒤 막말 논란을 수차례 일으켰다.
한 의원은 지난해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언론 매체에 바다에 떠내려온 오물을 청소했다고 하는데 청와대는 아무런 대꾸가 없는가”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그 오물 쓰레기 중 하나가 아닌가”라는 글을 남겼다. 당시 여권과 문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 요트 출국’ 논란과 관련해 “(이 교수는) 강 장관과 지금까지 살았다는 그 자체만도 훌륭하다. 강 장관도 이해가 된다. 장관이 일등병과 살았으니 장군하고 살았으면 몰라도”라며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막말 정치’로 규정하고 “정치인에게 말과 글은 무기와도 같다. 잘못 쓰게 되면 언제든 자신을 해치는 흉기가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성민 최고위원은 “개인에 대한 모욕과 비하이며 선을 넘은 조롱”이라며 당 차원의 징계를 촉구했다. 김용민 의원도 SNS에 “이런 일베 수준의 글을 중장 출신 국회의원이 작성했다는 게 너무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끊임없는 막말 논란… “쿠데타는 혁명” “세월호는 북괴지령”
한 의원은 2014년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졌을 때도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며 “국가 안보조직은 근원부터 발본색원해서 제거하고, 민간 안보 그룹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좌파 색출’을 주장해 손가락질을 받았다.
2013년에는 자신의 지역구(화천군)에서 청소년들 간의 ‘폭력·금품 상납’ 등의 전모가 밝혀져 지역 사회가 충격에 빠졌음에도 “나는 국방부 쪽에서 일해 왔기에 교육계는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가정 교육이 제대로 안 돼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발언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샀다.
또 같은 해 강원도 인제 최전방 부대에서 임신 중 과로로 숨진 여군 중위가 순직 처리된 것을 두고 “그분에게도 상당한 귀책 사유가 있다”라고 말했다가 비판을 받고 국회 국방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직을 반납했다.
5·16군사정변에 대해선 “현행법상 쿠데타지만 역사적으로 시간이 흐른 이후에는 결론적으로 구국의 혁명일 수 있다”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또 한 의원은 지난해 1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청년 실업 해결 방안’이란 제목의 글 올려 “당장 군부대 해체를 멈추고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늘리면 10만명을 취업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