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으로 변한 ‘위험천만’ 남양주 가양초 통학로

입력 2021-06-17 10:20 수정 2021-06-17 17:11
가양초등학교 통학로 인근에 문화재 조사를 위한 구덩이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 없이 방치돼 있다.

“안심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가 어디로 걸어가야 안전한가요?”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 가양초등학교 인근 비룡로1243번길.

이곳은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포천~화도 구간(28.71㎞) 3공구(시공사 신동아건설)에 포함된 곳으로, 남양주 가양초 학생의 통학로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찾은 이곳은 어린 학생들이 홀로 걷다가 자칫 방심하면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환경이었다.

가양초 담벼락 넘어 통학로 바로 옆에는 고속도로 공사 전 이뤄지는 문화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문화재 조사를 위한 여러 개의 구덩이가 그대로 노출돼 있었는데, 가로 5m 세로 3m 깊이 2m에 달하는 여러 개의 구덩이 안에는 며칠 전 내린 비로 물까지 고여있었다.
가양초등학교 통학로 인근에 고속도로 공사 전 문화재 조사를 위한 구덩이가 여러개 파여있다.

한눈에 봐도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도 빠지면 위험할 수 있는 구덩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위험, 안전제일’ 테이프만 둘러져 있을 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펜스 설치나 출입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통학로 인근에서는 본격적인 고속도로 공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건물 철거 작업과 흙을 쌓아 올리는 성토작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건물 철거 작업이 주중에 이뤄지며 소음과 분진 등의 피해가 학생들의 수업에 영향을 끼쳤고, 가양초 교직원들이 이에 민원을 제기하자 철거 작업을 주말로 미루기도 했다.

특히, 건물 철거 작업 중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해체하는 작업이 먼저 진행됐는데, 주택 골조는 그대로 방치하면서 석면 슬레이트 지붕 밑에 깔아둔 헝겊이 남아있어 석면 노출도 우려되고 있다.
가양초등학교 통학로 주변 주택의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 철거 됐지만 주택 골조와 석면 노출이 우려되는 헝겊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처럼 통학로가 여러 위험에 노출되자 학부모들은 할 수 없이 20여 분이 더 걸리는 다른 통학로(비룡로)로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통학로마저도 일부 구간 인도가 없어 학생들은 등하교를 위해 차도를 걸을 수밖에 없다. 학교 주변에는 공사현장이 많아 덤프트럭 등 대형 차량의 통행 또한 잦아 학생들은 항상 교통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임시방편으로 가양초 교직원 등이 나서서 등하굣길 학생들을 인솔하고 있지만 사고 위험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가양초등학교의 또다른 통학로에는 인도가 없어 학생들이 차도를 걸어가야 한다.

이에 가양초 학부모와 교직원 등 주민들은 시공사인 신동아건설이 정식적으로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대책도 수립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주민들은 가양초 인근 도로 곳곳에 ‘신동아·경동건설의 무분별한 공사로 인해 마을이 병들어간다’ ‘마을이 죽어간다. 신동아·경동건설은 마을과 즉각 협의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안전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가양초 교직원들도 안전대책 수립과 함께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한 방음벽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가양초의 한 학부모는 “통학로 인근 성토작업이 진행되는 곳의 경우 신동아건설은 자신들과 관계없이 개인이 자신의 땅에 흙을 쌓아 올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고속도로 기초공사를 위한 작업이다. 짜고 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부모들이 여러 방면으로 민원을 넣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수년째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속도로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가운데 가양초등학교 통학로 인근에 성토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가양초와 조금 떨어진 곳에 토공 작업은 하고 있지만, 아직 인근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 성토하고 있는 곳의 경우 소유권이 국토부로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개인 땅이며, 개인이 자신의 땅에 성토하는 것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무분별하게 성토를 하겠는가”라며 “철거는 한 달 전쯤 주중에 건물 1개 동을 철거했고, 민원을 받고 주말에 2개 동을 철거했다. 석면 철거의 경우 전문 업체가 철거한 것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화재 조사를 위한 구덩이는 이틀 내로 수습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양초 주위에 대한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안전대책을 수립하겠다”면서 “공사에 앞서 학교 주변 방음벽 설치를 위해서는 학교용지 일부가 편입돼 매수절차가 필요하다. 이 민원 사항을 고속도로사업단에 전달해 경기도교육청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숙 가양초 교장은 “무분별한 공사로 인해 학교 통학로 주변은 학생들이 누려야 할 안전권, 학습권, 건강권, 보호권 등의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학교 측이 공사전 통학로 안전확보 계획서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신동아건설은 이를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는 중”이라며 “신동아건설 측은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건물 철거 등 공사를 이미 진행하고 있다. 방음벽 설치 요구 등에 대응조차 없다가 언론에서 취재를 시작하니 이제야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이 어이없다”고 지적했다.
가양초등학교 인근 도로 곳곳에 안전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남양주=글·사진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