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차림에 욕설…‘34㎏ 사망’ 남성, 학대 피해 영상들

입력 2021-06-17 07:53 수정 2021-06-17 10:02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와 안모씨.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영양실조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20대 남성이 가혹행위를 당한 정황이 담긴 영상이 발견됐다.

MBN은 16일 이 사건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피해자를 학대한 정황이 담긴 영상을 경찰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영상은 피의자 2명 중 1명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속옷 차림의 피해자에게 욕설하는 장면, 지난달 성적 묘사 행위 등이 담긴 영상 등 총 5개가 나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3일 오전 6시쯤 신고를 받고 출동해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나체로 숨져 있는 20세 남성 피해자를 발견했다. 경찰은 피해자와 친구 사이이자 동거인인 김모(20)씨와 안모(20)씨를 중감금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이후 피해자가 영양실조에 저체중 상태였고, 몸에는 결박된 채 폭행당한 흔적이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15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피해자는 일상생활이 다소 불편할 정도의 장애를 가졌으며, 사망 당시에는 34㎏ 저체중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 사람은 올해 3월쯤 대구에서 상경한 뒤 돈 문제로 함께 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에 대한 감금과 가혹행위는 사망 며칠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와 안씨가 피해자에게 대부업체 대출을 강요하고 피해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등 피해자를 협박해 갈취한 정황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피해자에 대한 실종 신고가 두 번이나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이 막을 수 있었던 범죄를 방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피해자 가족이 피해자를 대리해 김씨와 안씨를 상해죄로 고소했으나 경찰에서 불송치 처분됐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에는 두 차례 실종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경찰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부실한 부분이 없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사건을 맡았던 영등포서 담당 수사팀에 대한 감찰 조사도 착수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