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은 평생의 숙제다. 이젠 모든 세대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재건축 호재를 붙잡고 낡은 집에 사는 아버지 세대, 청약 당첨에 목을 매는 30대 직장인, 친구들과 나누는 뜬 소문에만 들리는 부동산 부자들도 있다.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사는 곳’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어떤 캠핑 마니아는 내가 자는 곳이 곧 내 집이라고 외치고, 어떤 부동산 하락론자는 지금을 즐기자며 월세를 펑펑 써댄다. 또 단칸방에 부동산에 ‘부’도 엄두를 못 내는 ‘부린이’는 또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16일 오후 9시에 방영하는 JTBC 새 수목드라마 ‘월간 집’은 동명의 부동산 전문 잡지사 사람들이 집을 바라보는 제각기 다른 시선을 엮어냈다. MBC ‘남자 셋 여자 셋’으로 데뷔해 ‘막돼먹은 영애씨’ ‘혼술남녀’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명수현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여기에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즌1과 시즌2를 성공적으로 이끈 이창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명 작가는 부동산을 바라보는 캐릭터들의 특징을 돋보이게 했다면, 이 감독은 배우들을 일일이 찾아가 섭외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월간 집의 심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편집장 ‘최고’역의 김원해는 16일 제작발표회에서 “집 이야기는 원래 4~50대의 고민이었는데, 이게 요즘 젊은 세대까지 퍼져서 전 세대의 고민이 됐다”며 “저도 이사를 가야 하는데 보증금으로 요즘 갈 데가 없더라. 연애 얘기면 젊은 사람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겠지만 ‘월간 집’은 먹고사는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극 중 최고는 부동산 전문 매체의 편집장이지만, 30년째 재건축을 바라보며 낡은 집에서 산다.
극은 10년 차 잡지사 에디터인 주인공 나영원(정소민)이 ‘월간 집’으로 이직하면서 대표 유자성(김지석)과 만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영원은 월세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보증금까지 날린 전형적인 ‘부알못’(부동산을 알지 못하는 사람)인 반면, 자성은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부동산 투자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김지석은 “자성이 갑일 것 같지만 갑을 관계가 통쾌하게 바뀌면서 자성이 망가질 때 시청자들도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며 “너무 다른 두 남녀라 서로가 변해가는 모습도 재밌는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를 꿈꾸는 캠핑 매니아 사진작가 신겸(정건주)이 삼각관계로 엮어 들어간다.
극을 위해 일부러 악역을 만들어내진 않았다고 한다. 이창민 감독은 “이 드라마엔 빌런이 있진 않은데 부동산 자체가 빌런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13년 차 동기 에디터 여의주(채정안)와 남상순(안창환)에겐 부동산이 ‘빌런’일 수도 있겠다. 상순은 자신의 여자친구 ‘귀요미’과 결혼하기 위해 청약 당첨에 도전하지만 늘 실패하는 불운함을 안고 산다. ‘청약 조울증’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여의주는 부동산 하락론을 빙자하고 월세 100만원을 내며 ‘오늘’을 즐기는 캐릭터다. 채정안은 “집을 사고팔고의 의미를 떠나서 집값은 떨어지게 돼 있다며 오늘을 즐겁게 사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정소민은 이 드라마를 “생활 밀착형 종합선물세트 로맨스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이 여섯 가지의 다양한 부동산을 향한 시선이 부딪히면서 ‘티키타카’가 오가며 웃음 포인트를 만든다. 사이사이 나오는 자연스러운 부동산 상식은 덤이다.
하지만 여섯 가지 시선에도 배우들은 집을 ‘쉼터’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지석은 “밖에서 납작해진 나를 부풀려줄 수 있는 공간”으로, 정건주는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장소”로, 김원해는 “아무리 후지고 힘들어도 가족을 만나 쉴 수 있는 곳”으로, 안창환에겐 “집에서 함께하는 가족이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정소민에겐 “밖에서 에너지를 쓰고 충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채정안에겐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나로써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해석됐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