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집에 간 불륜남은 주거침입죄로 처벌될까

입력 2021-06-16 18:14

유부녀의 집 안에 들어가 바람을 피운 불륜남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를 두고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이 열렸다. 검찰 측은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주거침입이 성립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피고인 측은 “공동체 내부 문제이므로 국가형벌권을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A씨는 내연 관계인 유부녀 B씨의 동의를 받고 남편과 함께 사는 집에 3차례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2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공개변론에선 타인이 공동거주자 1인의 동의를 받고 공동주거에 들어갔지만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됐다. 검찰 측은 “헌법이 보장하는 주거의 자유는 공동거주자 전원에게 보장돼야 한다”며 “출입을 승낙할 자유보다 공동거주자 각자의 주거 평온이 우선 시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해자의 명시적 반대 의사가 예상되는 사안이고,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주거침입이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거주자의 의사를 보다 중시해 국가의 개입을 인정하는 것은 국가가 형벌을 통해 공동거주자들의 의견 일치를 강제하는 것”이라며 “공동체 내부의 문제이므로 국가형벌권을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간통죄가 비범죄화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경우 우회적으로 간통죄를 적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다.

형사법 전문가들도 참고인으로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재현 오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동거주자 전원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검찰 주장에 힘을 실었다. 피고인 측 참고인 김성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동거주자 모두의 의사를 확인하는 건 일상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