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사 과로사 방지책 잠정합의… ‘우체국 택배’만 결렬

입력 2021-06-16 18:11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 유성욱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왼쪽) 등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 도중 휴식시간을 취한 뒤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택배업계 노사가 이틀에 걸친 사회적 합의기구 논의 끝에 택배 분류 작업에서 기사들을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에 잠정 합의했다. 다만 마지막 쟁점이었던 우체국(우정사업본부) 택배 문제는 합의가 결렬됐다. 노조와 우정사업본부 모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최종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국토교통부와 택배노조, 대리점연합회, 택배회사 등이 참여하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기구’는 전날에 이어 16일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국토부가 낸 택배 노사 중재안에 대해 노조와 민간 택배사들은 합의를 이뤘지만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와 노조의 합의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노조가 가장 반발하는 요인이었던 ‘물품 분류작업 투입’은 내년 1월 1일부터 택배기사들을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동안 택배노조 측은 분류작업을 택배기사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이를 위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 등 민간 택배사들은 오는 9월 1일부터 각각 1000명의 분류인력을 별도 투입하기로 했다. 노조는 민간 택배사를 대상으로 한 파업은 철회할 예정이다.

택배기사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감소 문제도 일정 부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중재안에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노동시간이 주 60시간을 넘지 않도록 규정했는데, 노조는 “이 경우 택배 물량이 감소해 임금이 줄어든다”며 수수료 인상을 주장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기준대로 노동시간을 강제적으로 줄이는 방식은 배제하기로 했다”며 “주 6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하되 각 영업대리점과 택배기사들이 협의해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감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강력히 요구했던 수수료 인상안은 합의문에서 빠졌다.

택배노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정사업본부 위탁 계약 택배기사들 처우 개선 문제는 노조와 우정사업본부가 끝내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해 별도의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현재 우정사업본부는 정규직 집배원, 본부와 위탁 계약을 맺은 민간 택배기사 두 집단을 두고 택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택배노조에 가입된 이들은 이중 민간 택배기사들이다. 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분류 작업을 개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기로 한 사회적 합의기구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와 노조는 분류인력 추가 투입과 분류수수료 지급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파업이 시작되자 집배원들에게 택배 업무가 떠넘겨지면서 노노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사회적 합의기구 결론이 ‘잠정 합의’로 끝나면서 구체적인 합의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우체국 택배 노조와 우정사업본부는 추가 논의를 통해 최종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입장 차가 커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