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원 잇는 新플랫폼 ‘공부선배’…교육계 쿠팡 도전

입력 2021-06-16 18:00
온·오프라인 연계(O2O) 교육미디어플랫폼 '공부선배'의 이용운 대표

국내 교육 시장에 학생과 학원을 이어주는 신개념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이 등장해 신선함을 주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맞춤형 상담과 학원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 연결까지 돕는 교육미디어플랫폼 ‘공부선배’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늘어난 비대면 수요와 함께 성장하며 사교육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공부선배 창업자인 이용운 대표에게 16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플랫폼 개발 계기를 물었다. 이 대표는 전체 사교육 시장에서 학생 수는 줄고 학원 수가 느는 상황에서 마케팅에 힘쓸 재정적·시간적 여유가 없는 중소형 학원들의 마케팅 필요성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 20년간 학원시장 구조를 살펴보니 학원 수는 4배 이상 늘고, 학생 수는 절반가량으로 줄었다”며 “그런데 사교육비 비중은 증가했고, 시장 규모는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형 학원을 중심으로 신규 학생 유치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커졌다는 걸 느꼈다”며 “모바일과 동영상 중심의 시대에 전단지 등 예전의 방법으로 광고하는 학원들을 보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부선배는 2017년부터 준비 기간을 거쳐 이듬해 본격 운영에 나섰다. 학원에 무료로 광고를 제작·집행해주고, 학생들에게는 공부선배를 통해 결제하는 경우 문화상품권을 지급하는 프로세스를 확립했다. 맞춤형 상담 제공을 위해 내부에는 전문상담원들을 배치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등교 일수가 줄어드는 등 교육 환경이 급변하면서 공부선배는 급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3월 이후 상담 신청 건수는 2.5배 이상 늘었고, 회원 수는 1년 만에 28만명에서 11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학원들도 위기의식을 많이 느낀 것 같다. 일일이 다니면서 하는 대면 상담이 없어졌다”며 “학생과 학원 양측에서 수요가 몰리면서 회원 수와 상담 등이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비대면 교육플랫폼의 발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공부선배는 장기적으로 교육 시장의 ‘쿠팡’과 같은 플랫폼을 꿈꾼다. 단순히 학원과 학생을 잇는 광고 플랫폼을 넘어 강사 채용, 교재 유통 등의 영역에도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성인이 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의 확장까지 노리고 있다.

이 대표는 “영어나 컴퓨터, 운전학원에 등록하게 되면 프로모션을 통해 혜택을 주고 플랫폼은 수익을 추구하는 모델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아래는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공부선배는 어떤 플랫폼인가.
“공부선배는 학생에겐 맞춤형 강사와 수업을 선택하게 해주고 학원엔 학원생을 유치해주는 학원 O2O 플랫폼이다. 공부선배의 파트너 학원이 되면 학원 소개 영상, 현장 수업 영상, 강사 인터뷰 영상 등을 플랫폼에 올려 홍보할 수 있다. 학생이 현재 성적, 성향 등 학습 데이터를 알려주면 공부선배의 상담사가 이에 맞는 최적의 학원을 찾아 연결해 소개해주고 있다. 공부선배가 전국의 개별학원 모바일광고를 무료로 제작 및 광고집행을 하고, 학생이 그 광고를 보고 학원을 선택한 후 학원등록상담사를 통해서 공부선배에 결제를 하면 15만원 문화상품권을 리워드로 받게 된다. 플랫폼 수익은 학생이 공부선배를 통해 결제했을 때 학원으로부터 받는 일정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공부선배의 주요 타깃은 누구인가.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마케팅에 힘쓸 재정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동네 보습학원이 주 타깃이다. 국내 초중고 사교육 시장의 규모가 대략 33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학생들은 보통 학원 2~3곳을 다니고 인터넷 강의로 보충하는 식이다. 동네 학원을 빼놓고는 교육사업을 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에 따라 동네 보습학원을 주 타깃으로 설정했다.”

-공부선배 서비스를 시작한 계기는?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혁신 속도가 느린 시장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학원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동네 학원들은 여전히 아날로그 상황에 놓여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교육 시장에서 학원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매우 크지만 시장의 혁신 속도는 여타 산업에 비해 더딘 점을 발견했고, 이를 바탕으로 공부선배 서비스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초기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학생의 학원 결정에는 학부모가 영향을 준다. 저희로선 1차는 학생, 2차는 학부모 총 2번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소비자와 결제자가 분리된 시장 특성이 있다. 단순히 정보만 제공하는 플랫폼으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과 투자비용이 더 들더라도 내부적으로 상담사를 운영해서 학생이나 학부모를 대신해 학원정보를 알아봐 주는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가 위기이자 전환점이 됐다고 들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학원 집합 금지명령이 떨어졌을 때, 오히려 공부선배는 한 번 더 도약했다고 볼 수 있다. 집합 금지명령이 떨어지자 학원들은 줌과 같은 비대면 영상회의 도구로 기존 수강생들을 유입시켜 비대면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상담과 영업이 필수인 신규 학생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공부선배는 학생들에게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학원 위주로 소개했고, 오프라인 수업만 하던 학원들에 디지털 팀을 파트너 학원으로 파견해 비대면 수업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했다. 학원별 특성을 부각할 수 있도록 설명회 영상 제작도 따로 제작해드렸다.
여기에 더해 급증한 비대면 상담을 소화하기 위한 상담사 인원을 추가했다. 학원을 대신해 중고생, 학부모와 직접 소통하면서 니즈를 파악해 그에 맞춰 대응할 수 있었다. 학원 비대면 상담 신청 건수는 지난해 3월부터 약 2.5배 이상 올랐고, 28만명이던 회원 수는 1년 만인 지난 1월 110만명으로 약 5배가 늘었다. 최근엔 대형학원들도 플랫폼 활용에 관심을 둔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학원 규모가 클수록 손실도 컸기 때문에 신규 학생 유치를 위한 추가적인 하나의 채널로 여긴 것 아닌가 싶다.”

-공부선배의 향후 계획과 모습이 궁금하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교육 시장의 ‘쿠팡’이 되고자 한다. 현재는 학원광고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추후 강사 구인시장, 교재 유통시장 역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단기적으로는 서울권에 한정된 저희 사업을 전국단위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서울권의 2만개 이상 학원 중 반 정도가 저희 플랫폼에 등록돼 있다. 전국 11만4000여 학원으로 타깃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플랫폼이 점차 활성화되거나 학생 수가 늘어날 경우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영어, 컴퓨터, 운전학원에 등록하게 되면 프로모션을 통해 혜택을 주며 플랫폼 수익을 추구하는 모델도 고려할 수 있겠다. 스마트폰 개통 역시 같은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사업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