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에 앉은 박항서 감독은 상대에게 끌려가는 선수들을 보며 참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팀 전체가 공격적으로 뛰도록 지시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진출을 이끌어낸 박항서(63) 감독은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도 열정적이었다. 자신이 퇴장당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와중에도 코치진과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지휘했다는 후문이다.
베트남 현지 매체 페트로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자벨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최종전에서 보인 박 감독의 모습을 전했다. 이날 베트남은 UAE에 2대 3으로 분패했으나 2차 예선 조 2위 팀 8개 중 5위 안에 들어 마지막 3차 예선에 진출했다.
박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코치진 벤치에 앉을 수 없었다. 이전 경기에서 경고 2장을 받아 퇴장 당해서였다. 대신 그는 경기장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이 매체는 “박 감독은 관중석에서 코치진에게 크게 소리치거나 손짓을 해서 의사를 전달했다”고 묘사했다.
전반 동안 베트남은 2골을 먼저 내주며 상대에게 끌려갔다. 후반 초반 한 골을 추가 실점한 베트남은 이후 각성해 후반 39분과 추가시간에 연속골을 성공시키며 마지막 순간까지 상대를 추격했다. 박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로서는 마지막 몇 분이 더 아쉬웠을 경기였다.
이 매체는 “박 감독은 관중석에서 쉬지 않았다. 계속해서 소리치고 손짓을 하며 베트남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공격하도록 재촉했다”고 했다.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쓴 베트남 대표팀과 박 감독은 전용기를 타고 17일 오전 베트남 호치민 탄손나트 국제공항에 도착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격리 절차를 따른다.
최종예선에서 베트남 대표팀은 한국과 2차 조별예선 경기를 치른 레바논과 함께 6번 시드를 받는다. 현지에서는 한국이나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강팀과 만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력 상 베트남의 월드컵 진출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일단 1차 목표인 최종예선행을 달성한 것만으로도 박 감독의 업적은 베트남 축구사에 남을 전망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