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 공동성명에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등장하자 중국과 러시아가 움직였다.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지지하는 중·러가 공개 회동을 통해 전략적 연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1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류샤오밍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전날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은 중·러 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중·러 만남이 있기 전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14일(현지시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CVID 목표를 향한 전적인 지지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추진하는 ‘쌍궤병행’을 북핵 해결 원칙으로 삼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2017년 북핵 로드맵을 공동으로 발표했을 정도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선 보조를 맞추고 있다.
CVID는 비핵화 로드맵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잣대로 여겨진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1기(2001~2005년) 때 수립된 북핵 해결 방식이다. 북한은 CVID에 대해 “패전국에나 강요하는 굴욕적인 것”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이런 이유로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후 미 정부는 한동안 CVID 대신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비핵화 목표를 삼았는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열린 다자회의에서 CVID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나토는 그간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회원국 정상들이 채택한 공동성명에 CVID 표현이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핵 협상 당사자인 미국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의미다. 나토 정상회의 전날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CVID에서 ‘비핵화’(denuclearization) 또는 ‘폐기’(dismantlement)를 뜻하는 D가 ‘포기’(abandonment)로 완화된 CVIA가 담겼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