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성범죄 신고는 여자만? 신고 이메일 주소 논란

입력 2021-06-16 16:09
서울 국방부 청사 별관 앞으로 군인들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국방부가 ‘특별신고기간’을 16일부터 2주 연장해 군내 성폭력 피해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기로 한 가운데 신고 이메일주소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이메일 주소에 ‘여성’(women)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는데, 이는 ‘피해자는 모두 여성일 것’이라는 인상을 남긴다는 이유에서다. 군의 성 인지 감수성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는 현재 전화·이메일과 국방부 인트라넷 홈페이지상 ‘성폭력 상담·신고’ 익명게시판 등을 통해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를 받고 있다. 메일로 신고할 수 있는 주소는 인터넷에선 ‘mndwomen@mnd.go.kr’ 인트라넷으론 ‘mndwomen@mnd.mil’ 이다.

이 주소 아이디는 국방부 영문 약자 MND와 여성을 뜻하는 영어 단어 ‘우먼(women)’을 조합한 것이다. 그런데 이 주소에 불필요하게 우먼이라는 단어가 쓰이면서 군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가 ‘군내 성폭력 피해자는 모두 여자’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는 성별과 무관하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데다 특히 군내에서는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 동성 간 성폭력 피해도 종종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성으로 국한하는 듯한 단어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군 내부에서도 나온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해에도 ‘도란도란’이라는 성폭력 피해자 쉼터 명칭을 지었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조사본부는 보도자료에서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에 적합하면서 정겹고 따뜻한 어감으로 부르기가 좋아서 공모를 거쳐 공식 명칭으로 선정됐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도란도란’은 사전적 의미로 여럿이 나직한 말로 서로 정답게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모양을 뜻해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 안정 등을 추구하는 쉼터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이러한 명칭 선정이 군의 성 인지 감수성 결여를 방증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지만, 국방부는 이날 현재까지도 쉼터 명칭을 바꾸지 않은 상태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