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척의 슬픔’…아버지는 아직 아들을 보내지 못했다

입력 2021-06-16 16:07
철거건물 붕괴참사로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유가족이 15일 오전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오열하고 있다. 연합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로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장례가 끝났지만 떠나보내지 못하고 연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오열하는 모습으로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16일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철거건물 붕괴 참사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던 고등학교 2학년 A군의 아버지가 아들이 생전 즐겨 마셨던 음료를 사 들고 방문했다.

16일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철거건물 붕괴참사 합동분향소의 고등학생 희생자 영정 앞에 고인이 생전 즐겨 마셨던 음료가 놓였다. 이번 참사로 고교생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장례 절차를 마무리했음에도 이틀째 합동분향소를 찾아 오열했다. 연합

고인의 아버지는 고인을 이를 때 쓰는 한자인 ‘故’(고)를 지우고 ‘○○고등학교 2학년’을 새겨넣은 위패를 새로 만들어와 제단에 안치한 뒤 참배단 앞에서 한참을 흐느끼고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동구는 곡기를 끊다시피 애통함에 빠진 아버지의 건강을 우려해서 전담 공무원 돌봄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16일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철거건물 붕괴참사 합동분향소의 고등학생 희생자 영정 앞에 고인이 생전 즐겨 마셨던 음료가 놓였다. 이번 참사로 고교생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장례 절차를 마무리했음에도 이틀째 합동분향소를 찾아 오열했다. 연합

앞서 A군은 지난 9일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비대면 수업 중이었지만 동아리 관련 논의를 위해 학교를 찾았다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했다. A군의 장례절차는 지난 14일 가족과 친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발인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당시에도 A군 아버지는 비통한 심정에 상복조차 제대로 갖춰 입지 못했다. 그는 유가족에게 영안실 출입이 관대한 장례식장을 직접 수소문한 뒤 장례 기간, 수시로 영안실을 방문해 아들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14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철거건물 붕괴참사로 희생된 고등학생의 발인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

또 발인식 당일, 영정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가슴에 품고 운구 행렬을 이끌었다.

한편 동구청은 시민들의 추모 공간인 합동분향소는 유가족이 원하는 때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