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모 부대 대대장이 소속 병사가 경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먼지털기식 징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대대장은 병사의 아버지를 부대로 불러 “외부에 제보하지 말라”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육군 제21사단 예하 한 여단의 대대장이 소속 부대 A병사에게 징계권을 남용했다”고 16일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대대장은 지난 4월 24일 단체 이동을 하던 A병사가 자신에게 경례하지 않자 “대상관 범죄(상위 계급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중대장을 호출했다. 단체 이동 중에는 최선임자만 경례하면 되는데도 흠집을 잡아 “A병사가 그간 잘못한 것들을 적어오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앞서 A병사는 당직근무 중 생활관에서 30분간 잠들거나 점호 이후 공중전화를 사용해 상관에게 질책을 받은 적이 있었다. 또 소대장과 면담하던 중 보직이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행동들에 각각 근무 태만, 지시 불이행, 간부 협박이라는 죄명이 붙었다. 경례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도 ‘상관 모욕’으로 판단했다.
더욱이 대대장은 같은 달 26일 A병사의 아버지까지 부대로 불렀다. 그는 “A병사를 형사 처벌하려고 한다”며 아버지에게 윽박질렀다. 아들의 선처를 바라는 아버지에게 ‘외부에 제보하지 않겠다’ ‘약속을 어길 경우 형사처벌 하겠다’는 각서 작성까지 요구했다는 게 센터의 주장이다. A병사는 결국 지난달 25일 여단 징계위원회에서 근무 태만, 지시 불이행 혐의가 인정돼 군기교육대 5일 처분을 받았다.
이후 A병사의 형이 국방헬프콜에 도움을 요청하자 대대장이 소속 부대원을 모은 후 “국방헬프콜에 전화해도 소용없다”고 압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A병사가 징계 항고권을 행사하기 위해 항고이유서를 제출하자 행정보급관이 ‘본인 의견이 아닌 것 같다’ ‘200∼300자로 다시 쓰라’며 항고장 수리를 거부했다고 센터는 설명했다.
임태훈 소장은 “지휘관이 징계권을 남용·악용해 ‘원님 재판’이나 다름없는 무법한 상황을 만드는 심각한 인권 침해 행태”라며 대대장과 항고권 방해 연루자의 직권남용에 대한 수사와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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