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장에 경례안했다고 징계, 아버지 불러 협박까지…”

입력 2021-06-16 11:05 수정 2021-06-16 13:31

육군 제21사단 소속 대대장이 사적인 감정으로 소속 부대 병사를 부당 징계하고 병사의 아버지를 부대에 호출해 외부에 제보하지 말라고 윽박지른 사실이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육군 제21사단 제31여단 제1대대장 A중령이 사적 감정으로 소속 부대 B병사를 부당 징계하는 등 징계권을 남용, 악용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B병사는 지난 4월 24일 단체 이동 중 대대장인 A중령을 만났을 때 단체 이동 중에는 최선임자에게만 경례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대장에게 경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대장은 이에 중대장을 호출해 B병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고, 소속 부대 간부들에게 B병사의 과거 잘못을 모두 적어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A중령이 B병사를 불러 진술서에 적힌 내용을 부인할 시 진술서를 적은 간부들을 처벌하겠다 겁박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간부들은 B병사에게 ▲소대장과 면담 중 맡은 보직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 혐의(간부 협박) ▲당직 근무 중 30분간 생활관에서 취침한 혐의(근무 태만) ▲점호 시간 이후 공중전화를 사용한 혐의(지시불이행) ▲대대장에 대한 경례를 미실시한 혐의(상관 모욕)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권센터는 “이처럼 먼지털이식으로 과거의 잘못을 끌어모아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유까지 덧붙여 A를 징계하려는 대대장의 행태는 사적 감정에 의한 부당 징계 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충 토로 혐의의 경우 소대장과 A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마쳤음에도 황당하게도 ‘간부 협박’을 적용했고, 점호 이후 공중전화 사용 혐의, 근무 중 취침은 이미 소속부대 상관에게 (구두로) 질책을 받고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대장에 대한 경례 미실시 역시 고의로 상관을 모욕한 혐의로 볼 수 없다”면서 “이처럼 과거 행동을 모아서 죄명을 붙이는 식으로 징계를 부과하는 것은 사감에 기초한 부당 징계”라고 비판했다.

대대장의 징계권 남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군인권센터는 A중령이 지난 4월 26일 B병사의 아버지를 부대로 호출해 B병사가 대상관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하겠다 겁박했다고 밝혔다.

B병사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대대장은 일련의 상황을 외부에 제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쓸 것을 강요하고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버지는 결국 각서를 쓰지 않았지만, 외부에 제보하지 않을 것을 구두로 약속했다.

B병사 가족은 결국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대대에 구성된 징계위원회 대신 여단에서 징계 절차를 밟게 됐고 징계 사유 중 경례 미실시와 상관 협박은 삭제됐다. 여단 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열렸으며 B병사는 당직 중 취침과 점호 시간 이후 공중전화 사용 혐의만 받아 군기 교육대 5일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도 방해, 압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병사의 형이 국방헬프콜에 해당 사건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자 A중령은 소속부대원을 모두 모아놓고 “국방헬프콜에 전화해도 소용없다”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군 차원에서 B병사의 징계 항고권 행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대 행정보급관은 B병사가 항고이유서를 제출하자 “글자 수가 많다” “본인 의견이 아닌 것 같다” “200~300자로 다시 써와라” 등의 이유로 항고장 수리를 거부했다.

군인권센터는 “법령규정 상 항고이유서의 글자 수에는 제한이 없으며, 징계항고장은 제출 즉시 수리하게끔 돼 있다”면서 “이러한 행태는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피징계자의 방어권 행사 방해에 해당하는바, 엄연한 위법행위로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군인권센터는 소속부대가 B병사의 군기교육대 입교일이 임박할 때까지 항고장 수리를 거부해 항고위원회가 열리기 전 입교하게 만들려는 전략을 쓴 것이라 해석했다.

실제로 소속부대는 B병사의 군기교육대 입교 이틀 전인 지난 14일에 항고장을 접수했으며 B병사는 항고위원회를 거치지 못한 채 16일 오전 군기교육대에 입대하게 됐다.

군인권센터는 “이처럼 황당한 상황이 연속된 까닭은 평소 대대장이 병사들을 대해온 태도를 통해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중령은 지난 3월 휘하 병사가 외출을 나갔다 차에 깔려 숨진 사고를 두고 “나는 죽은 애가 하나도 안 불쌍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B병사 동료들에게 “너네는 인간이 아니다. 인성이 썩었다. 흙탕물과 어울려서 깨끗해지려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 중대는 B가 다 말아먹었다”는 폭언을 했다고 알려졌다. 병사의 이름을 놀림감 삼아 공공연히 희롱했다는 제보도 있다.

군인권센터는 “지휘관으로서 함량 미달일뿐더러 병사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육군 제21사단에 대대장 A중령 및 항고권 방해 연루자의 직권남용에 대한 즉각적 수사와 엄중 처벌, B병사의 군기교육대 입교 연기와 항고권 보장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병사의 아버지를 부대 안으로 불러들여 강요와 협박을 일삼은 대대장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대해서도 엄중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지휘관으로서의 자질과 품위를 상실한바 즉각적 보직해임도 요구한다. 군기교육대 5일 처분의 이유가 된 징계 혐의가 사실상 괘씸죄에 해당, 이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