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술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돼 항암 치료만 하던 말기 폐암 환자도 애초 암이 발생한 조직을 제거하는 원발암 수술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와 흉부외과 박성용·박병조 교수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곳에서 항암 치료와 원발암 수술을 받은 비(非)소세포폐암 환자 44명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암(Cancer)’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이 분석한 환자들은 모두 3기 이상의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로 표적항암제를 투여받았으며 폐 절제와 림프절 절제 수술을 받았다. 4기 폐암 환자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3, 4기 암 환자는 수술 대신 항암 치료를 우선 권고받았다. 암세포가 장기에 이미 많이 퍼져 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아 수술 효용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최근 들어 4기까지 암이 진행됐더라도 다른 장기에 전이된 암 개수가 적은 소수전이(oligometastasis) 개념이 도입되면서 방사선 치료와 함께 수술하는 경우가 있다. 항암 치료로 암 진행을 조절하는 상태에서 수술 등 국소 치료로 생존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연구팀은 수술의 안전성과 효과 등에 대해 평가했다. 그 결과 수술과 관련된 사망은 없었고, 2년 추적 후 병이 더는 진행하지 않은 무진행 생존율이 70.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존율은 95.0%였다.
이 같은 생존율은 표적항암제만 투여한 뒤 예후를 분석한 기존 연구 결과보다 훨씬 좋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수술이 어려운 말기 폐암 환자들에게 표적항암제만을 사용했을 때 2년 무진행 생존율은 10∼30%, 전체 생존율은 50∼80%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번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수술이 어려워 항암 치료만 해 왔던 말기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제시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 항암제를 사용하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던 4기 암 환자들이 좀 더 나은 예후를 기대하는 치료요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박성용 교수는 “진행성 폐암에서의 수술적 치료는 표적항암제 등 약제의 개발과 발전된 수술기법을 통해 합병증을 줄이면서 약제 사용 기간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