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가혹행위… 나체로 숨진 20대 체중 고작 34㎏

입력 2021-06-16 08:38 수정 2021-06-16 10:55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의 피의자들이 지난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한 뒤 가혹 행위를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2명이 구속된 가운데 사망 당시 피해자의 몸무게가 34㎏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살인 혐의를 받는 안모(20)씨와 김모(20)씨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심문 전후 “감금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인정하냐” “셋이 어떤 사이냐” “미안한 마음이 없냐” 등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구속전 피의자심문에서 이들은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3일 오전 6시쯤 ‘같이 사는 친구가 위험한 것 같다’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에서 알몸으로 숨져 있는 2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신고 당시 이들은 무슨 일이냐는 119상황실 직원의 질문에 “(친구가) 며칠 전부터 속이 좋지 않았고 어떻게든 음식을 먹였는데 잘 먹지 않았다”고 했다.

사망 당시 A씨는 몸무게가 34㎏에 불과한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몸에는 오래된 멍과 결박 등 폭행당한 흔적도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 A씨와 함께 살고 있던 친구 안씨와 김씨를 중감금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후 경찰은 이들에 대한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사람은 영장실질심사와 경찰 조사에서 A씨를 감금한 채 가혹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로 숨지게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을 전해졌다. 이들은 숨진 A씨를 감금하고 굶기는 것은 물론 A씨에게 건설현장 일용직 등의 일을 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씨를 감금한 이유는 두 사람의 진술이 다소 엇갈리고 있지만 돈 문제와 일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A씨는 장애 판정을 받지는 않았지만, 말을 더듬고 배변 실수를 하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안씨 등은 몸이 성치 않은 A씨가 벌어온 돈을 챙겨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지난 4월 대구에서 A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사실을 파악하고, 실종 신고 시점과 상경 시점이 다른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이들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