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아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를 저격했다.
정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생은 벼락치기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시(詩)는 시인의 삶으로 쓰는 인생 노트다”라고 운을 뗀 정 의원은 “난중일기 읽는다고 이순신 장군이 되지 않고 백범일지 공부한다고 백범 김구 선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김대중 정신은 김대중의 길을 걸으면서 체화되는 철학”이라며 “벼락치기 공부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공부는 지식이 아니라 삶으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전 총장 측은 윤 전 총장이 지난 11일 오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윤 전 총장은 약 4시간 동안 이곳에 머무르면서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의 안내로 김 전 대통령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김 원장으로부터 햇볕정책 등 김 전 대통령의 정책 운영과 삶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윤 전 총장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새롭게 존경하게 됐고, 그 업적이 놀랍다”며 “수난 속에서도 용서와 화해를,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는 정신을 높이 새기게 됐다”는 점을 힘줘 말했다고 김 원장이 전했다.
윤 전 총장은 DJ정부 시절 일궈낸 정보화산업 기반에 대해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만들어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전했다. 참으로 탁월한 혜안이었다”고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국민이 화합하고 같이 힘을 합쳐 다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지 않아야 하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이른바 ‘DJ 정신’을 빌려 용서와 화해, 과거보다 미래를 강조한 것은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을 넘어 미래를 향해 화합하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광주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라고 평가한 데 이어 도서관 방문을 자청해 DJ의 생애를 기린 것 역시 통합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 김 원장은 다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이 ‘조국 흑서’의 공동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를 지난주 서초동 자택으로 초청해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검찰 개혁 등에 관해 의견을 청취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김 회계사는 이날 연합뉴스를 통해 “윤 전 총장과 저를 함께 아는 지인의 주선으로 만나게 됐다”며 “검찰 개혁, 정치 개혁 등과 관련해 얘기했다. 윤 전 총장이 유연하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회계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등 윤 전 총장이 검찰 재직 시 진행된 수사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7일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참고인으로 출석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