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대관령음악제, ‘산’에서 ‘삶’을 연주한다

입력 2021-06-16 05:00
손열음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c)An, Woongchul

“코로나19 이후 한국과 해외를 오가면서 자가격리를 10주나 해야 했어요. 먹고 자고 눈 뜨기만을 반복하면서 ‘이게 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염병으로 불확실한 시대를 살면서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음악제의 주제로 연결됐습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35)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8회를 맞는 올해 음악제의 주제를 설명했다. 7월 28일~8월 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등에서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산 ALIVE’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인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음악제를 준비하게 된 상황에서 가장 한국적인 풍경을 그려보다가 ‘산’이 떠올랐어요. ‘산’은 중의적인데요. 음악제가 열리는 강원도 하면 산, 즉 마운틴(mountain)이잖아요. 또한 ‘죽은’의 반대말인 ‘산’, 즉 얼라이브(alive)이기도 하죠. 전염병의 시대에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산을 넘는 것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알레고리가 올해 음악제의 주제와 각 공연의 스토리텔링의 근간이 됐습니다.”

올해 음악제는 13회의 메인 콘서트와 2회의 스페셜콘서트, 7회의 찾아가는 음악회, 아티스트들이 강사로 참여하는 마스터 클래스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전 공연이 매진된 데 이어 올해 역시 티켓 판매를 시작한 첫날부터 일부 공연이 매진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메인 콘서트 가운데 주목되는 무대는 8월 2~3일 ‘산 vs 죽은(Alive vs Dead)’이라는 소주제의 공연이다.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 음악으로 꼽히는 ‘페트루슈카’와 12음 기법을 창안한 쇤베르크의 대표작 ‘달에 홀린 피에로’이 리오 쿠오크만 지휘로 선보이게 된다. 손 감독 외에 피아니스트 이진상,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 첼리스트 김두민, 플루티스트 조성현,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 소프라노 서예리, 현대 무용가 김설진 등이 참여한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박혜영 운영실장과 손열음 예술감독.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손 감독은 “쇤베르크의 작품은 새 시대를 열고 음악사에서 정말 중요한 곡인데 바해 국내에서 연주가 많이 안되고 있다.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는 이런 곡을 많이 들려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빅 브러더 시대를 예측하는 작품”이라면서 “시대를 초월하는 클래식의 가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백건우의 첫 평창대관령음악제 무대도 주목된다. 백혜선은 7월 30일 소주제 ‘별’ 무대에서 손열음과 함께 듀오로 연주하고, 백건우는 8월 6일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피아노 3중주 무대인 ‘바위’에 선다. 손 감독은 “어릴 때 백혜선 선생님을 많이 동경했는데, 이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 또 주로 독주나 오케스트라 협연을 해온 백건우 선생님의 소규모 실내악 무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손열음이 지난 2018년 3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3대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창단한 뒤 매년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페스티벌오케스트라도 주목된다. 국내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젊은 연주자들이 뭉친 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짧은 리허설에도 불구하고 밀도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독일 뒤셀도르프심포니 첼로 수석 김두민, 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 조성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클라리넷 수석 조인혁,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오보에 수석 함경 등도 포함됐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동양인 첫 제2 바이올린 악장 이지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첫 아시아인 악장 박지윤이 올해도 페스티벌오케스트라 악장으로 나선다.

“요즘 해외 오케스트라에서 단원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이 많은데요. 이들이 솔리스트가 아니어서 고국 연주 기회가 적으니 한번 뭉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페스티벌오케스트라를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홈커밍 오케스트라 느낌이죠.”

올해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개·폐막 공연을 포함해 모두 4번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손 감독 등이 협연자로 나선다. 손 감독은 “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30명 이상으로 정예 멤버를 구성하고 있다”면서 “지난해보다 더 화려해진 페스티벌오케스트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포스터.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