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측 “무속인 아니라 재판장이면 이유 말해야” 반발

입력 2021-06-15 18:18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서증(서류 증거)조사 방식을 두고 재판부와 설전을 벌였다. 임 전 차장 측은 “무속인이 아닌 재판장이라면 합리적 이유를 말해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서증조사 방식과 관련해 “졸속 조사로 재판시간을 단축하려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서증조사는 서류 증거를 법정에서 확인해보는 절차다. 임 전 차장 측은 현행 형사소송법대로 검사가 신청한 증거 서류를 반드시 전부 낭독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법원이 통상 증거 서류의 핵심적 ‘내용(요지)’을 고지하는 방식으로 증거 조사를 진행해온 것과 배치된다. 대법원 형사소송규칙도 이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상위법인 개정 형사소송법은 ‘내용’을 고지한다고 표현했다. 변호인 측은 “요지 고지는 법에 없다”며 “형사소송법 취지는 증거 조사를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실질적인 내용을 낭독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난색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재판장은 법에 따라 적절한 증거 조사 방법을 정할 수 있다”며 “모든 서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방식은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 측은 “편의적인 발상” “입법자의 위에 서서 군림하려는 마인드”라며 강력 반발했다. 변호인은 “법조 산업 매출이 연간 2~3조인데 무속‧역술 분야가 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며 “두 업계의 차이는 무속 분야는 설명이 필요 없지만 법조계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원칙을 지키지 못할 이유를 말해 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도 발언 기회를 얻어 “심리의 효율성에 방점을 둔 현행 형사소송규칙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거들었다.

재판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증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증거는 다 부동의 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사법농단 재판에서는 증거 조사 방식을 두고 종종 마찰이 발생했다.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의견과 재판 지연 의도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