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인학대 19.4%↑… ‘집콕’ 탓 동거가족·재학대 급증

입력 2021-06-15 17:30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노인학대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로부터 당한 학대가 가장 많았으나 배우자에 의한 학대 사례도 최근 5년 새 10% 포인트 넘게 늘어났다.
보건복지부는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발표한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1만6973건의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이 중 6259건이 실제 학대 사례로 판정됐다. 2019년 대비 19.4% 증가한 수치다.

유형별로는 신체적 학대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3917건이 집계돼 1년 전에 비해 24.8%나 늘어났다. 언어적·비언어적 수단으로 비난, 모욕, 위협하는 정서적 학대 유형도 같은 기간 20.9% 증가했다. 건수 자체는 정서적 학대가 4188건으로 전체 7개 학대 유형 중 가장 많았다.

학대 피해를 입은 노인은 70대에서 가장 많이 보고됐다. 43.5%의 피해자가 70대였다. 학대 행위자도 70세 이상에서 30.4%로 가장 많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인구 중 70대의 비중이 가장 크다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70대에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와의 관계별로 분류했을 땐 아들에 의한 학대가 34.2%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배우자로부터 학대를 당한 경우가 직전 4년간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유형은 2016년 전체 학대 사례의 20.5%였으나 지난해 31.7%까지 늘어났다.

학대가 일어난 장소는 대부분(88.0%) 가정이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문을 닫거나 축소 운영하는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이 늘어나면서 이들 이용시설에서 벌어진 학대는 2019년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시설이나 외부에서 머무는 시간에 비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동거 가족에 의한 가정 내 학대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피해 노인이 학대 행위자와 동거하고 있는 경우는 2019년 대비 지난해 22.6% 증가했다. 재학대 사례도 비슷한 수준으로 많아졌다. 2019년엔 500건이었으나 지난해 614건으로 22.8% 늘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