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가 현재의 구청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파격 조건을 내걸며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섰다. 이건희 미술관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 2만3000점을 소장·전시하기 위해 정부가 건립을 추진한다.
15일 해운대구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현 구청사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 1981년 준공한 해운대구청사는 부지 8621㎡, 전체면적 1만 721㎡ 규모의 지상 6층 건물이다. 시가(건물+토지) 1700억원(㎡ 당 2000만원) 규모다.
해운대구는 중동에 있는 현재의 청사를 대신해 재송동에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구 측은 “2024년 연말 완공을 목표로, 해운대구청 신청사를 재송동으로 이전하고 중동의 현 청사를 이건희 미술관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해운대구청사는 해운대해수욕장과는 도보 10분 거리에 있고 다수의 특급호텔과 볼거리, 즐길 거리가 즐비해 관광객들이 ‘이건희 미술관’ 작품을 관람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 구의 주장이다. 해운대 달맞이길에는 한강 이남 최대의 갤러리 밀집지가 있고 청사 인근에는 부산시립미술관이 있다.
더불어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국제컨벤션 행사가 일 년 내내 열리는 문화예술 도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해운대에 이건희 미술관이 건립된다면 해외관광객 유치 등 부산 관광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국토 균형 발전에도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구는 보고 있다.
지난달 2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이건희 미술관 유치 의사를 밝힌 가운데 현재 전국 20여개 지자체가 이건희 삼성가와의 지연, 혈연 등을 내세우며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부지와 예산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한 지자체는 해운대구가 유일하기에 가장 경쟁력도 갖췄다는 것이 구의 설명이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가덕신공항이 건립되면 부산 서부산권역은 동북아 국제물류 중심으로, 이건희 미술관이 더해진 해운대는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이건희 회장 유족이 장산 토지 3만8000㎡를 해운대구에 기부한 바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