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Fn터치]원자재값 천장친듯··한숨 돌린 인플레 압력

입력 2021-06-15 14:01
구리 가격 6월들어 1만달러 밑돌며 안정세
옥수수 등 곡물가격도 기상조건 호조 영향에 하락



연초부터 원자재값 폭등으로 금융시장을 달궜던 인플레이션 압력 우려가 한풀 꺾인 분위기다. 구리 원목 옥수수 등 원자재 값이 지난달 천장(peak)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인플레 선제대응 압박에 시달려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일단 한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주택 수요가 커짐에 따라 가격이 상승했던 원목선물이 지난주 시카고 거래소에서 18%나 하락했다고 전했다. 하락폭은 1986년 이래 최대치다. 이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10일과 비교하면 40%나 빠진 셈이다. 백신 공급확대 덕에 재택근무가 줄어듦에 따라 주택 수요도 한풀 꺾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회복 속도와 더불어 인플레 압박의 척도로 여겨지고 있는 구리 값 추이를 보면 확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지난달 10일 톤당 1만724.5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구리는 6월들어 지난 1일(1만212달러)과 11일(1만29달러) 이틀을 제외하고는 모두 1만달러를 밑돌고 있다.

브라질 등 남미 지역 가뭄으로 치솟았던 옥수수와 대두 가격도 최근 기상 조건 호조로 4월 중순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7일 부셸당 777.6센트였던 옥수수 가격은 지난 14일 659.25센트로 15.2%떨어졌다.
대두 가격은 지난 12일 부셸당 1642.4센트에서 지난 14일 1472.25센트로 10.3% 빠졌다.



한때 1.6%를 훌쩍 넘어섰던 10년만기 미 재무부 채권 금리도 1.4%대를 유지하는 등 인플레 기대심리 완화세를 반영하고 있다.
스완 글로벌 인베트스먼트의 마크 오두 포트폴리오 매지저는 “단기 가격 상승세가 수요와 공급 조건에 적응해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인플레 압력이 일시적일 거라는 중앙은행들의 주장이 맞아들어가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러나 일부 원자재가격 안정세가 5월 전년 동기 대비 5.0%로 13년만에 최고치를 보인 미국의 CPI(소비자 물가지수) 등 지표상승세를 잘못된 신호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인플레에 영향을 주는 핵심 원자재 가격의 안정세가 자산매입의 단계적 축소(테이퍼링) 논의 등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 시동에 인내심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테이퍼링과 관련해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힌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가 어떻게 바뀔지도 주목거리다. 금리 전망치가 오른다면 조기 긴축 우려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