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거른 술’ 막걸리… 빚는 문화, 국가무형문화재 됐다

입력 2021-06-15 13:55
국립민속박물관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신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15일 ‘막걸리 빚기’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막걸리를 빚는 작업은 물론 다양한 생업과 의례, 경조사 활동 등에서 (막걸리를) 나누는 전통 생활관습까지 포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화재청은 특정 보유자와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미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아리랑’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을 고려했다.

막걸리는 삼국시대부터 즐긴 전통 술로, 이름부터 순우리말이다. 막걸리의 ‘막’은 ‘바로 지금’ ‘바로 그때’를 의미하며, ‘걸리’는 ‘거르다’는 뜻이다. 깨끗한 쌀로 고두밥을 지어 식힌 뒤 누룩과 물을 넣고 수일간 발효시킨 다음, 체에 걸러 만드는 제조 방식이 반영돼있다.

막걸리를 거르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막걸리는 삼국시대 이전, 농경이 이뤄진 시기부터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엔 ‘미온(美醞)’ ‘지주(旨酒)’ ‘료예(醪醴)’ 등 막걸리로 짐작되는 단어가 등장한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의 문집 ‘동국이상국집’에도 막걸리로 추정되는 ‘백주(白酒)’가 나온다.

막걸리는 물과 쌀, 누룩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 옛부터 서민이 주로 찾는 술이었다. 농사꾼들 사이에선 “같은 품삯을 받더라도 새참으로 나오는 막걸리가 맛있는 집으로 일하러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조선 시대까지 집집마다 가양주(家釀酒)로 막걸리를 빚기도 했다. 집안마다 특색있는 술맛을 보였다. 김치나 된장처럼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어 먹는 발효음식이었던 셈이다. 근대 들어 주류제조 면허제 도입 등 정책 변화에 따라 양조장 막걸리가 일반화됐다.
보물 제527호 '단원풍속도첩' 중 '점심'.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한편 막걸리 빚기는 국민이 직접 제안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첫 사례다. 앞서 문화재청은 2019년 ‘숨은 무형유산 찾기’와 ‘국민신문고 국민제안’을 통해 국민의 제안을 받은 바 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