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후 장기이식…3명에게 새 삶 선물한 50대 환자

입력 2021-06-15 06:38 수정 2021-06-15 10:01
연합뉴스TV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2018년 2월 시행된 이래 처음으로 연명의료 중단 후 장기이식을 한 사례가 나왔다.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중환자외과 이재명 교수팀은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임종기에 처한 52세 남성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 간과 신장을 총 3명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사례를 학계에 보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국내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한 후 실제 환자에게 장기이식을 한 첫 사례다. 이 환자는 지난해 7월 사망해 같은 날 장기이식을 했으나 수혜자의 예후 등을 살펴 1년여가 지난 14일 온라인으로 발간된 대한의학회지(JKMS)에 정식 게재됐다.

이 환자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뇌사에 가까운 뇌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장기 기증을 위한 뇌사 기준에는 맞지 않았으나 회생할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에 처했다는데 의료진과 보호자 모두 동의했다.

결국 가족은 의료진과의 논의 끝에 환자를 아무 의미 없이 보내기보다는 장기 기증으로 새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고자 했다. 이에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승압제 투여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담당 의사가 유보·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시술도 연명의료로 보고 있다.

환자는 지난해 7월 3일 오후 8시쯤 인공호흡기가 제거되고 혈압을 높이는 약물인 승압제 투여가 중단되자 약 15분 후에 심장박동이 정지했다. 5분간 아무도 환자에게 접촉하지 않는 관찰 기간을 가진 뒤 사망이 선언됐다. 이후 간과 신장 두 개가 3명의 수혜자에게 각각 기증됐다.

이 교수는 “당시 환자의 가족께서 상당히 힘들어하셨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난 뒤에는 좋은 일을 하고 보내드리겠다는 의지가 있으셨다”며 “연명의료를 중단한 후 장기 이식은 위법이 아니지만 적절한 절차를 밟고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보건복지부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례를 계기로 연명의료 중단 후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활성화되길 바란다”면서 “장기 기증과 수혜의 불균형을 해소해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