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사랑해” 엄마의 마지막 문자…메모엔 상사 갑질 빼곡

입력 2021-06-15 05:37 수정 2021-06-15 09:58
A씨가 딸에게 남긴 메시지. 오른쪽은 A씨가 피해 내용을 적은 7장의 메모 중 일부. JTBC 캡처

경북 포항의 한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여성이 상사의 폭언, 부당한 업무 지시 등으로 인해 괴로웠다는 내용의 메모 7장을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경찰과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포항지부에 따르면 숨진 A씨는 지난 4월 26일 한 기업에 화재감시원으로 입사했다. 그가 담당한 업무는 건설현장에서 인화물질을 관리하고 용접작업 중 튀는 불똥 등을 감시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유족은 A씨가 현장에서 상사에게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쇠파이프를 옮기게 하는 등 본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지시받았다는 것이다. 늘 “난 괜찮다”고 말하던 A씨는 입사 후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A씨의 딸은 “손목과 허리가 아파서 장 보러 가는 것도 너무 힘들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비닐봉지를 드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고 JTBC에 말했다.

A씨의 동료도 고인이 상사의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그는 같은 매체에 “‘야야야’ ‘어이어이어이’(라고 부르며) 쓰레기 같은 것이 있으면 발로 툭툭 차면서 ‘이것 치워’(라고 지시했다)”면서 “‘파이프 옮겨라’ ‘자르고 남은 잔넬(강철 공사재료) 옮겨라’(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폭언 외에도 성희롱성 발언을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결국 지난 10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가 남긴 7장의 메모에는 “파이프 100개를 옮겨라” “머슴 취급을 했다” 등 상사에게 받았던 부당한 지시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의 딸은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해 우리 큰딸’이라고 (문자가) 와 있었다”면서 “그게 마지막이었다면 바로 전화를 했을 텐데…내가 엄마에게 전화를 못 해서 엄마를 못 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2명을 상대로 성희롱과 부당한 업무 지시 등에 대한 의혹을 조사 중이다. 사측은 이들을 즉각 해고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