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측 “5·18 헬기 사격? UFO 목격담 수준”

입력 2021-06-14 19:55
전두환씨가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재판을 받은 뒤 부인 이순자씨 손을 꼭잡고 3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90)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에서 변호인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두고 “UFO를 봤단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전씨는 불참했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14일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기일을 열었다.

전씨는 지난 5월과 이날 모두 재판에 불출석했고 재판부는 피고인 진술 없이 궐석재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는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연속 출석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는 제재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날 전씨 변호인은 96분간 발언하며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했다.

전씨 측 정주교 변호사는 5·18 당시 헬기 사격에 대해 “사람들이 UFO(미확인 비행물체)를 봤다고 하지만 합리적인 의심 없이 UFO를 인정하는 사람은 없다. 검사가 주장하는 증거는 의혹을 제기하는 정도로, UFO를 봤단 것과 다를 바 없다”며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대낮에 광주 도심에서 헬기 사격이 이뤄졌다는데 목격자가 16명 밖에 없고 그중 8명의 증언은 인정도 안 됐다. 수많은 탄피나 탄흔이 발견되거나 보통 사람들이 납득할 정도로 입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주교 신도 이광중씨가 1980년 5월 21일 고(故) 조비오 신부와 함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도 “언론과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등이 목격자를 찾을 때도 나타나지 않은 분이 뒤늦게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오염된 증언일 수 있다”고 1심에서 인정된 증언을 부인했다.

또, 500MD 헬기 오른편에서는 왼쪽을 볼 수 없고 7.62mm 기관총은 한 번에 수천 발이 연발로 발사됨에도 조 신부가 이와 상반된 증언을 했다며 조 신부의 목격담 자체가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미 1심에서 같이 영상까지 봤는데 변호인이 허위사실을 주장한다”며 다른 발언에도 허위사실이 포함돼있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오늘 보여준 화면은 벌컨포 장착한 UH1H 헬기로, 국방부의 500MD 헬기 촬영 화면을 보면 10∼15발씩 끊어 쏠 수 있다. 이미 1심에서 다 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전씨는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1980년 5월 21일과 27일 각각 500MD 헬기와 UH-1H 헬기의 광주 도심 사격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헬기 사격을 목격한 증인 8명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고 전투교육사령부(전교사)의 경고문과 광주 소요 사태분석 교훈집에 1980년 5월 22일 오전 ‘공중 화력 제공’, ‘유류 및 탄약의 높은 소모율’이 기재된 점 등도 500MD에 의한 사격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라고 판단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