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이나 죽을뻔한 아빠…” 전기차 택시 ‘급발진’ 청원[영상]

입력 2021-06-15 02:07 수정 2021-06-15 02:07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전기차를 운전하다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를 4번이나 겪었으나 차 회사 측은 운전자 탓만 한다며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40년 무사고에 경찰청장 표창장까지 받은 30년 경력의 개인택시 기사의 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4번이나 죽을 뻔한 저희 아빠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렸다.

그는 “기름값을 아끼려고 전기차로 바꾼 것이 저희 가족을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면서 “그 후 20개월 동안 4차례나 급발진을 겪었다. 아빠는 4번이나 차에서 돌아가실 뻔했지만 사측은 모두 저희 아빠 때문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가 겪은 전기차 급발진 사고는 2019년 10월부터 가장 최근인 지난달 30일까지 계속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청원인은 “경제적인 사정으로 차를 바꾸지도 못한다”며 “아빠는 두렵지만, 가족을 위해 계속 운전대를 붙잡고 있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이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 유튜브 캡처

청원인은 이 중 마지막 사고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이 사고는 지난 30일 대구 만촌네거리에서 무열로로 진입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당시 차량에는 청원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타고 있었다.

영상을 보면 해당 차량은 갑자기 굉음을 내며 질주한다. 차량에 타고 있었던 청원인의 어머니가 겁에 질려 “주여, 도와주세요”라고 목 놓아 기도하는 목소리도 그대로 담겼다. 운전자는 차를 세우기 위해 인도 경계석을 계속해서 들이받았고, 공포의 질주는 도로 가로등을 들이받고서야 겨우 끝났다.
청원인이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 유튜브 캡처

브레이크가 ‘먹통’이 되면서 1.5㎞가량을 멈추지 못하고 달린 상황이었지만, 서비스센터 측은 사고기록장치 등을 분석하지 못해 급발진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저와 언니는 그날 부모님을 잃을 뻔했다”며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에서 전기차의 급발진이 최종적으로 인정된 사례는 아직 없다. 청원인 역시 “(회사 측은) 100% 운전자 과실이라고 한다”며 “소비자 탓으로 돌리는 기업 앞에 아빠와 저희 가족은 힘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가족이 잃어버린 소비자의 권리를 함께 찾아 달라”며 전기차 급발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소비자에게 이에 대응하는 올바른 대처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해당 청원은 14일 오후 6시30분 기준 2500여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누리꾼들은 “택시기사님이라 그런지 대처가 엄청 침착하다” “차주가 베테랑 기사가 아니었으면 여러 사람 죽였을 거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전기차 회사 측에 합당한 조처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