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도수호훈련 비판하며 G7서 한·일 정상회담 일방 취소

입력 2021-06-14 17:19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3세션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일 양국이 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동안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사전 합의했지만, 일본 측이 우리 군·경의 ‘동해영토 수호훈련(독도방어훈련)’ 계획을 비판하며 일방적으로 회담에 응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뿐 아니라 강제징용·위안부 배상 판결 등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해법을 요구하고 있어 한·일 관계 교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이번 G7 정상회의를 포함해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일 정상 간 만남에 열린 자세로 임해왔으나 실제 현장에서 회동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우리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이유로 일본이 당초 실무 차원에서 잠정 합의했던 약식회담마저 끝내 응해 오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두 차례 짧게 인사를 나눴지만 ‘풀 어사이드(약식 회담)’ 또는 양자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 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당초 한·일 회담 불발에 대해 “다자회의 일정 탓에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일본 정부가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이유로 회담을 취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독도방어훈련으로 알려진 동해영토 수호훈련은 1986년부터 해군과 해경이 매년 두차례 진행하는 훈련이다. 올 상반기 훈련은 15일 비공개로 진행된다. 통상 한국형 구축함(3200t급)과 P-3C 해상초계기, F-15K 전투기 등이 참가한다. 일본은 한국이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할 때마다 외교 채널을 통해 항의의 뜻을 표명해왔지만 35년간 이어진 훈련을 문제 삼아 정상회담을 취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자 외교 결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스트리아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후(현지시간) 비엔나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가에선 스가 총리가 한·일 갈등 부각을 통해 코로나19 대처 미숙으로 30%대까지 떨어진 내부 지지율을 반등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일본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와 자위대 홍보영상에서 독도를 자국 영토처럼 표기했다. 스가 총리가 G7 이후 일본 언론에 “강제징용 및 위안부 배상 판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스가 총리와는 다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유럽 3개국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오스트리아에 도착했다. 1892년 양국이 수교한 이후 한국 대통령이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15일까지 2박 3일간 수도 빈에 머물며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박세환 김영선 기자 foryou@kmib.co.kr